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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13 02:17 수정 : 2006.01.13 02:17

오는 15일이면 파키스탄 지진 발생 100일째가 되지만 수백만명에 달하는 이재민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지진에 앞서 발생한 쓰나미(지진ㆍ해일)와 허리케인 카트리나 탓인지 국제사회의 온정도 기대에 못미친 가운데 생존자들은 텐트나 무너진 건물 잔해로 만든 움막에서 히말라야의 칼바람을 피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와 노스웨스트 프런티어주의 산간지역에는 이달 들어서부터 영하 15도의 혹한과 함께 최대 3m의 폭설이 내리면서 곳곳에서 눈사태가 발생, 상당수 마을은 진입로가 끊겼고 헬기의 접근도 마땅찮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1천명의 요원들을 이달 말까지 완전 철수하겠다고 발표, 현지 구호활동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 발생과 규모 = 지진은 지난 10월8일 오전 8시50분께 파키스탄과 인도의 국경지대에서 발생했으며 리히터 규모 7.6의 `메이저급'이었다.

이 강진으로 파키스탄과 인도에서 각각 8만7천여명과 1천400여명이 사망했고 350만명이 생활터전을 잃었으며 52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진원지는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북동쪽으로 95㎞, 인도 카슈미르주의 스리나가르에서 북서쪽으로 125㎞ 떨어진 곳의 지하 10㎞ 지점이었다.

지진은 지역에 따라 30초∼1분간 계속된 후 수십차례의 여진이 이어졌고 수도인 이슬라마바드와 인근 라발핀디, 라호르, 페샤와르 등은 물론 남서쪽 700㎞ 지점인 퀘타 등 파키스탄 전역에서 감지됐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과 배그람의 미군 기지에서도 진동이 느껴졌고 인도에서는 카슈미르는 물론 훨씬 남쪽인 뉴델리 근교에서도 위력을 발휘하면서 수백명이 대피할 만큼 충격파의 범위가 넓었다.

희생자들 중에는 어린이가 가장 많았는데 이는 사고현장의 학생들이 애국가를 마치고 수업을 막 시작하려던 시점에 땅이 심하게 흔들리면서 시멘트로 엉성하게 만들어진 학교 건물들이 맥없이 무너져 내렸던 탓이다.

참사 직후 거대한 `공동묘지'로 묘사됐던 무자파라바드와 발라코트 등에서 한 세대가 통째로 사라지는 비극이 연출된 것은 그 때문이었다.

◇부족한 원조 = 파키스탄 정부는 참사 직후 군과 지방정부에 철저한 대책을 당부하는 한편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지진을 "국가에 대한 일종의 시험"으로 규정하고 총리실 산하에 대책본부와 구호기금을 설치했으며, 군과 지방정부에도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피해지역 구호 및 구조작업에 나서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카슈미르와 노스웨스트 출신 국민들의 귀향을 위해 특별 열차를 편성하고 지진으로 집이 망가진 피해자들을 성지순례객을 위해 이슬라마바드에 마련된 텐트촌에 수용, 숙식을 제공하도록 조치했다.

세계 각국 언론과 구호단체들이 피해 현장으로 몰려드는 가운데 국제사회도 파키스탄에 대한 지원책을 속속 내놓긴 했지만 지구촌을 잇따라 강타한 초대형 자연재해의 여파로 `자금력'은 이미 크게 악화된 상태였다.

파키스탄이 쓰나미나 카트리나와 비교해 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관심을 거듭 촉구한데 대해 국제사회는 지난 11월 원조 공여국 회의에서 58억2천700만달러의 지원을 약속했지만 당장 집행된 돈은 일부에 불과했다.

유엔은 파키스탄의 긴급구호에 6개월간 최소 5억5천만달러가 필요한데 지금까지 거둬들인 돈은 1억1천900만달러에 그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절름발이 구호 = 구호활동은 초기 단계부터 삐걱거렸다.

피해가 가장 심한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지역의 경우 참사 직후 수만명이 피해현장으로 몰려와 구조작업에 나섰지만 장비가 없어 막대기와 맨손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들어올리거나 끌어내리는데 만족해야만 했다.

그나마 동원가능한 것은 불도저 몇대에 불과했을 뿐 크레인 등의 다른 중장비는 전무했고 환자와 구호물자 수송에 필요한 헬기도 태부족이었다.

특히 무자파라바드와 발라코트 등의 최대 피해지역에는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더미들이 `바다'를 이뤘지만 구조요원들은 촛불을 든 채 매몰돼 있는 사람들의 비명소리를 들으면서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 이어졌다.

구호활동을 더욱 어렵게 한 것은 악천후와 추위, 기아 및 각종 전염병.

히말라야의 산악지대에 광범위하게 분포된 피해지역에는 밤이면 수시로 비가 내리면서 저체온증 환자가 급증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질 등의 전염병도 창궐하면서 하루 수십명의 생존자들이 무기력하게 쓰러졌다.

구호활동이 겉도는 상황에서 일부 피해지역은 한때 배고픔에 지친 주민들이 절도와 약탈행위에 나서면서 무법지대로 돌변한 적도 있다.

최근에는 피해지역이 본격적인 혹한기에 접어들어 기온이 급강하한데다 폭설까지 내리면서 이재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참사 발생 100일이 지나도록 200여만명의 이재민들이 여전히 텐트 생활을 하고 있는 가운데 지진피해 지역에 보내진 텐트의 절반 이상은 히말라야의 혹한을 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차재앙' 위기 = 유엔은 일부 피해지역에 대한 헬기의 구호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고 지난 8일 발표했다.

이는 고산지대에 거주하는 이재민 50여명이 2대의 구호헬기를 습격해 자신들을 구호활동 중심지인 무자파라바드와 아보타바드 등으로 데려가 달라고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요원들이 다치는 불상사가 발생했기 때문.

이들은 지진 피해지역에 최고 3m에 달하는 폭설이 계속 내리면서 생존 자체가 어려움을 겪게 되자 극단적인 행동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유엔이 사흘만에 다시 헬기를 띄우기는 했지만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에도 사고 지역에는 잦은 눈보라로 인해 구호헬기의 운항이 수시로 중단됐다.

최근에는 서남아시아 전역이 이상한파의 영향권에 접어든 가운데 파키스탄 기상청은 피해지역에 당분간 폭설을 동반한 한파가 계속되면서 연쇄적인 눈사태가 발생할 우려마저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 정부와 유엔의 구호요원들은 지금과 같은 혹독한 추위가 계속될 경우 2차적인 재앙을 피하기 위해 고지대 생존자들을 몽땅 하산시켜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칼리피 빌레 국장은 이와 관련, "이재민들 가운데 어린이를 중심으로 급성폐렴 감염률이 급증하면서 추위와 관련된 질병의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나토는 지난 10일 "우리는 초기 단계의 구호활동을 위해 이곳에 왔는데 이제는 그 절차가 끝났다"면서 "이번 주말부터 철수를 시작해 이달 말까지 완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벤 발러 유엔 대변인은 "히말라야 특유의 강추위가 몰아치면서 열악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지속적 관심을 호소했다.

http://blog.yonhapnews.co.kr/wolf85/

정규득 특파원 wolf85@yna.co.kr (뉴델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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