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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16 18:13 수정 : 2006.01.16 20:00

이란 인터넷 이용자 5년새 4배 ↑ 세계 최고
블로그서 정치불만 표출…정부, 검열강화 나서

중동의 사막에 인터넷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슬람 율법과 관영 매체들이 주도해온 여론 형성 과정을 뒤흔들 정도로 기세가 등등하다. 위력적인 네티즌 파워에 놀란 중동 국가들은 검열을 강화하고 불온한 사이트를 차단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중동의 인터넷 이용자 증가율은 세계 최고다. 인터넷월드스태츠닷컴의 통계를 보면, 이 지역의 인터넷 이용자는 최근 5년 새 4배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다른 지역의 증가율보다 2.3배나 높다. 시리아(2566.7%)와 이란(2100.0%), 사우디아라비아(1170%), 예멘(1100.0%)은 증가율이 무려 1000%를 넘는다. 대부분 나라들이 1999년 이후 인터넷 접근을 허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폭발적인 확산이다.

인터넷이 이처럼 번지면서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여론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5일 인터넷 여론이 중동의 왕족들에게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며 바레인의 한 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소개했다. 이 글은 “바레인에서 왕정에 반대하는 것은 조국을 배반하는 것을 뜻한다”며 “우리가 지금도 왕에게 충성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바레인 야당들도 국민들에게 급히 알리고 싶은 게 있을 땐 인터넷을 이용한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란에선 10만개가 넘는 블로그가 역동적인 여론을 만들어내고 있다. 2001년 이란에 처음 등장한 블로그는 정치적 불만을 표출하고, 다양한 주제에 대한 토론을 이끌어내면서 이란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란의 블로그 열풍은 30살 미만 젊은층 비율이 90%를 넘고 컴퓨터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데 힘입은 바 크다. 이란의 국어인 페르시아어는 블로그 세상에선 프랑스어와 함께 영어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쓰이는 언어가 됐다.

중동 국가들은 이런 인터넷 열풍을 ‘트로이의 목마’에 비유하며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이라크와 시리아는 기본적으로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아랍에미리트는 검열을 통해 특정 콘텐츠에 대한 접근을 봉쇄하고 있다. 요르단은 인터넷 사용료를 무겁게 물려 이용자를 제한하는 정책을 펴고 있고, 바레인은 전자우편을 감시한다. 이란은 최근 블로그에 대한 통제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인터넷은 중동에 민주주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인가? 미국은 자생적으로 불붙은 이 지역의 인터넷 확산을 내심 반기고 있다. <타임>은 최신호에서 중동 국가들의 인터넷 공포증을 지적하며, 이란 혁명이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설교를 담은 카세트테이프와 비디오테이프가 이란 국민들에게 전파되면서 촉발됐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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