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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04 02:12 수정 : 2006.02.04 02:12

이집트와 사우디 아라비아 반도를 갈라놓는 홍해에서 3일 승객과 승무원 등 1천400여명을 태운 대형 여객선이 침몰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구조 당국은 사고해역 주변에서 20여구의 익사체를 수습하고 구명보트에 탄 200여명을 구조했지만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대부분의 승객은 익사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사고 순간 =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형 여객선 `알-살람 98호'는 2일 오후 7시께 승객 1천310명 이상과 승무원 104명 등 최소 1천414명을 태우고 사우디의 두바항을 출발했다. 목적지는 두바항에서 120마일 가량 떨어진 홍해 건너편의 이집트 사파가항.

그러나 2일 새벽 0시를 전후해 홍해 상의 선박이동을 감시하는 이집트 항만당국의 레이더망에서 알-살람 98호의 흔적이 사라졌다. 항만당국은 레이더 추적자료를 근거로 사고선박이 3일 새벽 0시부터 오전 2시사이에 침몰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따라서 대다수 승객들은 잠자던 중 봉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구조 = 이집트 당국은 구조헬기와 프리깃함 4척을 사고 해역에 급파해 시신 수습 및 생존자 수색ㆍ구조 활동을 벌였다. 또 영국 해군은 이집트 당국의 수색ㆍ구조 작업을 돕기 위해 홍해 상에서 작전 중이던 전함 `불워크'호를 사고해역으로 이동토록 했다. 그러나 사고 해역에서 강풍이 불고 파도가 높아 구조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이날 밤이 되면서 구조작업이 사실상 중단돼 구명보트를 얻어타지 못한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한편 이집트 정부는 바레인에 주둔한 미 5함대가 P3-오리온 해상 정찰기를 보내 생존자 수색 작업을 돕겠다고 제의했으나 거절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사고 원인 = 현지 언론은 사고 선박이 사우디를 출발할 당시 사우디 서부 사막지역에서 모래바람이 심하게 불고, 홍해의 파도가 높았던 점을 들어 기상악화로 인한 사고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사고 선박은 길이 118m, 폭 24m로, 비교적 큰 편이어서 내해인 홍해에서 바람과 파도로만 전복돼 침몰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 때문에 선박의 불법 개조가 사고를 초래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AFP통신은 프랑스 선박 전문가들을 인용해 사고 선박은 탑승 정원을 최고 3배까지 늘리기 위해 갑판을 더 얹는 방법으로 구조를 바꾼 구형 이탈리아 선박이라고 전했다. 이 통신은 이런 선박은 갑판이 4개까지 추가되면서 키가 커져 균형을 쉽게 잃을 수 있다며 무리한 선박구조 변경이 침몰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사고 선박 소유주인 엘-살람 해상운송 측은 사고선박은 지난해 6월 국제기준에 따라 실시된 구조검사를 통과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일각에선 테러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정황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은 사고경위를 철저히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비통에 잠긴 이집트 = 이집트는 큰 축제를 앞두고 참사 소식을 접했다.

축구가 가장 인기있는 구기 종목으로 자리잡은 이집트는 아프리카 대륙의 최대 국가 대항전인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을 주최해 독일 월드컵 진출 좌절에 따른 패배감을 씻어내는데 성공했다. 이집트는 주최국 체면을 살려 네이션스컵에서 8강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짓고, 3일 오후 7시 콩고민주공화국과 4강 진출을 위한 대결을 벌일 예정이었다. 카이로에서는 이 경기를 앞두고 곳곳에서 거리 응원전이 펼쳐지는 등 이집트 전역에서 축제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런 상황에서 여객선이 홍해에서 침몰했다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이집트 국민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TV를 통해 시시각각 새롭게 전해지는 관련 뉴스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수많은 승객들이 수장됐을 가능성이 점차 커지면서 이집트인들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이집트인들은 특히 사고선박에 탑승한 자국민 중 대다수가 외화를 벌기 위해 사우디에 갔다가 귀국하던 해외근로자라는 보도를 듣고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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