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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25 02:04 수정 : 2006.02.25 02:04

정치적 궁지에 몰린 탁신 치나왓 태국 총리가 오는 26일 방콕에서 열리기로 돼 있는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앞두고 의회해산.조기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의회해산 및 조기총선 결정은 탁신 총리가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 알현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미 예고됐었다.

지난달 하순 태국 최대재벌 `친'(Shin)그룹 지주회사 `친 코퍼레이션' 주식을 싱가포르 국영투자기구 테마섹 홀딩스에 매각한 것을 계기로 반정부 세력으로부터 강한 사임 압력을 받아온 탁신 총리로서는 의회해산 외에 정치적 난국을 타개할 다른 묘수를 찾기 힘든 상황이었다.

◇탁신, 의회해산 `승부수' 왜 던졌나 = 반탁신 기류가 뚜렷하게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작년 말 탁신과 앙숙인 중진 언론인 손티 림통쿤이 방콕에서 반탁신 집회를 갖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푸짯깐'(매니저)이라는 신문 그룹의 사주인 손티는 한때 절친했던 탁신 총리에게 완전히 등을 돌려 `불구대천의 원수'가 됐다. 두 사람의 관계가 왜 이처럼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틀어졌는 지 정확한 배경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손티는 독자적으로 반탁신 집회를 주도하면서 현 정부의 부패와 비리 사례를 무차별적으로 폭로함으로써 지지세력을 끌어모았다.

그는 올들어 두 차례의 반정부 집회를 통해 반탁신 분위기 확산에 상당한 성과를 거둔 후 향후 열릴 반정부 집회의 주도권을 시민단체들에 넘겼다.

시민단체들은 이에 따라 `국민 민주주의 연대'라는 이름으로 세력을 결집,오는 26일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방콕 왕궁사원 옆 `사남 루엉' 공원에서 열겠다고 앞서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상원의원 28명이 헌법재판소에 탁신 총리의 탄핵 여부를 검토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고 헌재는 8대6으로 이를 기각, 외견상으로는 탁신 총리에게 승리를 안겨줬다.

그러나 헌재의 탄원 기각 결정은 오히려 반탁신 여론을 확산시키는 기폭제로 작용,국립대학생들이 총리 탄핵 청원 서명운동에 착수하는가 하면 고등학생들까지 탁신 총리가 통치의 정당성을 상실했다며 사임을 요구하고 나서는 상황으로 비화됐다.

10만∼20만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되는 26일 반정부 집회를 앞두고 탁신 총리 진영에 결정적 타격을 가한 인물은 바로 탁신을 정계에 입문시킨 `정치적 스승' 잠롱 스리무엉 전 방콕 시장.

`청백리' 잠롱은 불교운동단체 `산티 아속' 회원 수만명을 직접 이끌고 26일 반정부 집회에 참석해 탁신 총리의 사임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선언했다.

탁신 정부는 잠롱 추종자들이 반정부 집회에 참석할 경우 폭력시위로 변질되면서 정국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우려해왔다.

따라서 26일 반정부 집회의 양상을 지켜본 후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사후약방문을 내놓게 되면 실기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탁신 총리 진영에 팽패했고 이러한 위기감이 결국 의회해산.조기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지게 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하원을 해산한 후 오는 4월 총선을 실시할 경우 집권당인 `타이 락 타이'(TRT)가 다시 승리,무난히 재집권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강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향후 정국 어떻게 될까 = 우선 26일로 예정된 반정부 집회의 기세가 크게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잠롱측이나 `국민 민주주의 연대' 등 26일 집회 주도세력들은 현 난국의 핵심 요인은 바로 탁신 총리인 만큼 그의 사임과 함께 진정한 정치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며 26일 집회를 예정대로 강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정계와 학계 등에서 의회해산 및 조기총선이 현 정치 난국의 유일한 돌파구라는 견해가 많이 제시돼왔고 탁신 총리가 결과적으로 이를 수용한 셈이 됐기 때문에 26일 반정부 집회의 대의명분은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더욱이 탁신 총리가 배수진을 치고 선택한 의회해산.조기총선 실시 방안을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푸미폰 국왕이 재가한 이상 반정부 세력으로서도 계속 반기를 들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여야가 오는 4월2일 실시될 총선 준비에 들어가면서 정국은 자연스럽게 총선 분위기에 휩싸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4월 총선 누구에게 유리할까 = 탁신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으로서는 민심이 상당히 이반된 가운데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작년 2월 총선때 거둔 정도의 압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집권당인 TRT는 작년 2월 총선에서 하원 500석 중 375석을 휩쓸어 태국 의회 사상 최초로 일당 내각을 구성하는 데 성공했었다.

따라서 집권당이 어느 정도 의석수를 지켜낼 수 있을 지가 4월 총선의 최대 관심사로 등장했다.

탁신 총리와 집권당에 대한 여론이 작년 3월 2기 탁신 정부 출범 이후 상당히 악화됐다고는 하지만 야권의 인기가 반사적으로 크게 상승한 것도 아니어서 아직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특히 제1야당인 민주당의 아피락 코사요틴 부총재가 시장으로 있는 방콕시의 경우 최근 여러 건의 신규 사업 프로젝트에 비리가 드러나면서 벌집을 쑤신 것처럼 시끄러워 야당 지지세가 오히려 약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탁신 총리 진영은 지난 총선 때 집권당을 지지한 1천900만명의 유권자가 이탈하지 않도록 사활을 건 표단속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조성부 특파원 sungboo@yna.co.kr (방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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