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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바라나시 테러 배후는 카슈미르 신생 무장단체 |
무명의 이슬람 무장단체가 9일 인도 바라나시에서 발생한 폭탄테러의 배후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라시카르-에-카하르(LeK.도도한 군대)'의 대변인을 자처한 압둘 자바르는 이날 오전 카슈미르의 CNS 통신사에 전화를 걸어 "우리가 이번 공격을 수행했다"고 밝히고 "인도 정부가 카슈미르의 무슬림에 대한 학대를 중단하지 않으면 더 많은 공격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지 경찰은 이 단체가 지금까지 보안당국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조직이나, 카슈미르 3대 분리주의 무장세력의 하나인 '라스카르-에-토에바(LeT.성스러운 군대)'의 전위 세력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이들의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LeT는 인도와 파키스탄을 전쟁 위기로 몰고간 지난 2001년 인도 국회의사당 테러와 지난해 10월 뉴델리에서 66명을 숨지게 한 폭탄테러의 배후 조직이다.
인도의 대표적 힌두 성지인 우타르 프라데시주의 바라나시에서는 인도의 2대 축제인 홀리를 일주일 앞둔 지난 7일 3건의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 23명이 사망하고 70여명이 부상했다.
이에 극렬 힌두주의자들이 보복 공격을 다짐하면서 전면파업과 규탄시위에 나서고 정부는 주요 도시에서 비상경계를 펴고 있지만 아직 종교 간의 유혈충돌로 비화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NDTV는 이날 바라나시에서 유가족들의 오열 속에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거행됐다고 전하면서 인도인들이 가장 성스러운 장소로 여기는 갠지스강 둑에서 성직자들이 힌두 경전을 암송하는 가운데 가족들이 장작더미를 쌓아두고 사망자들을 화장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이런 가운데 바라나시의 무슬림 지도자들은 이번 테러가 두 종교간의 우호적 관계를 파괴해서는 안된다고 호소하는 한편 범법자들에게 가혹한 형벌을 내릴 것을 주문하는 서신을 바라나시 시장에게 보냈다.
저명한 무슬림 지도자인 안줌 마다니는 "이곳에서는 힌두교도와 무슬림이 수백년간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살아왔다"면서 "이번 사건이 두 종교 간의 불화로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슬람 예언자 마호메트 만평파문이 불거진 이후 인도에서는 힌두와 이슬람 간의 종교분쟁이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대규모 사상자를 냈던 과거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문 기간인 지난주 우타르 프라데시의 주도 럭노우에서는 힌두교도와 무슬림 간의 충돌로 4명이 사망했고, 서부 해변도시인 고아에서도 힌두교도들이 무슬림의 가게를 약탈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뉴델리에서는 힌두 최대 축제인 `디왈리'를 사흘 앞두고 재래시장 2곳과 시내버스에서 3건의 폭탄테러가 발생해 66명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부상했으며, 이 사건의 배후 역시 LeT로 드러났다.
지난 2002년에는 구자라트주에서 열차 화재로 성지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던 힌두교도 59명이 불에 타 사망한 이후 무슬림들이 고의로 불을 질렀다는 소문이 돌면서 종교간 유혈충돌로 이어져 며칠 만에 2천500여명이 숨졌지만 이 사고는 단순 실화에 의한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또 1992년에는 우타르 프라데시의 아요디아에서 과격 힌두교도들이 이슬람사원을 파괴하면서 촉발된 충돌로 2천여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http://blog.yonhapnews.co.kr/wolf85/
정규득 특파원 wolf85@yna.co.kr (뉴델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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