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26 17:53
수정 : 2006.03.26 17:53
[아시아사람들] 10개월 명상 고행 또다시 종적 감춰…추종자-비판자 술렁
히말라야의 작은 왕국 네팔이 한 소년의 기이한 행적으로 시끄럽다. 싯달타의 고행을 방불케 하는 단식 수행으로 ‘소년 부처’라는 별명을 얻은 람 봄존(16)이 홀연히 종적을 감췄다 나타나더니 곧바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 종적을 감추면서 “6년 뒤 다시 돌아오겠다”라는 말을 남겼다.
봄존은 10개월 전, 바라주 라트나푸리의 한 나무 밑에서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들어갔다. 하얀 천을 몸에 두르고, 두 눈을 꼭 감은 채 모든 음식과 물을 거부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머리카락이 치렁치렁 자라 얼굴을 거의 덮었다. 몸은 뼈가 보일 정도로 앙상해졌다. 봄존의 어머니는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고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사람들은 2500년 전 룸비니에서 탄생한 부처가 봄존으로 환생했다며 놀라워했다.
봄존은 지난 11일 홀연히 마을을 떠났다. “이곳에는 평화가 없어 떠납니다. 부모님께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주세요”라는 말만 달랑 남겼다고 한다. 추종자들이 마을을 이잡듯이 뒤졌지만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그가 지난 19일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은 소년 부처가 다시 돌아왔다며 환호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봄존은 그날 다시 바람처럼 사라졌다.
봄존은 10개월 동안 거의 입을 열지 않았다. 명상 3개월째 무렵 “뱀에게 물렸다”는 말을 한 게 처음이었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그는 얼마 뒤 다시 뱀에게 물리자 “주변에 커튼을 쳐달라”고 사람들에게 부탁했고, 며칠 뒤 뱀이 물러나자 “커튼을 치워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봄존은 어릴 때부터 다른 네 명의 형제들과 달랐다. 과묵했고 사람들과 떨어져 있는 것을 좋아했다. 봄존의 초등학교 선생님 살덴 라마는 <비비시>에 “또래 아이들이 한 번쯤 마시는 술을 봄존은 한 번도 마시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가 명상을 하는 동안, 매일 수백명의 사람들이 ‘소년 부처’를 만나기 위해 마을을 찾았다. 봄존의 사진을 담은 책자와 시디(CD)가 불티나게 팔렸다. 마을 경제도 덩달아 좋아졌다. 열성적인 추종자들은 그에게 50만루피(7천달러)를 내놓기도 했다.
이런 열풍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잇따랐다. 사람들은 봄존이 밤에도 같은 자세로 명상을 하는지, 정말 아무 것도 먹지 않는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일부 사람들은 물없인 사람이 그렇게 오래 버틸 수 없다며, 그가 나무 뿌리에서 나는 우유와 비슷한 액체를 먹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봄존의 추종자들은 그가 특별한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물 없이 오랫 동안 지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들은 봄존의 명상을 방해한다며 봄존의 몸상태를 과학적으로 검증하자는 요구를 거부했다.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