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은 누구? ‘CEO총리’의 빛과 그늘 그대로 드러내

탁신 친나왓 타이 총리가 4일 박콕 정부청사에서 전격 사임을 알리는 발표하면서 손을 모으고 있다.

스스로 `최고경영자(CEO) 총리'를 표방하며 타이에서 최초로 4년 임기를 다 채운 민선 총리 탁신 치나왓.

하지만 탁신 총리가 4일 차기 총리직을 수락하지 않겠다며 사실상의 `항복 선언'을 하게 만들었던 가장 결정적 원인은 역설적으로 바로 자신과 가족 소유의 기업이 제공했다.

지난 1949년 타이 북부 치앙마이에서 중국산 비단 매매상의 아들로 태어난 탁신은 `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경찰 분야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미국 동켄터키대와 텍사스 샘 휴스턴 주립대에서 형사사법 분야를 전공해 석사와 박사 학위를 얻은 탁신은 귀국한 뒤 경찰학교에서 교수직을 맡기도 했다.

이후 지난 1987년 작은 컴퓨터 판매점을 차린 탁신은 사업이 번창하는 가운데 1994년에는 외무장관에 임명됐고 이때부터 그는 기업가와 공직자라는 두 가지 분야에서 모두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기업가로서 탁신의 성공은 자신의 기업이 통신 재벌 `친'(Shin) 그룹으로 성장한 것으로 대변된다.

경찰 입문한 뒤 미국 유학이후 경찰학교 교수직

탁신은 또 지난 2001년 총리에 선출되며 공직 부문에서도 성공의 정점에 이르렀다. 전임 총리를 `실패한 경영자'로 몰아붙이며 총리직에 오른 탁신은 농민과 빈민층을 적극 지원하기 시작했다.

의료서비스를 거의 무상으로 제공하고 부채를 3년간 동결하며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면서 탁신은 농민과 빈민으로부터 `틀을 깬' 지도자로 거의 절대적 수준의 신임을 얻게 된다.

하지만 2001년 총리 선거를 1주일 앞두고 재산 은폐 시비가 불거지며 탁신은 돈문제 때문에 도덕성에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기업가로 변신 대성공, 외무장관으로 내각 들어와 승승장구

탁신은 지난 2003년 추진한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2500명이 목숨을 잃어 정치적 측면에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결국 탁신을 `KO'시킨 `카운터 펀치'는 친그룹의 지주회사 친 코퍼레이션의 매각 문제였다. 탁신 일가가 19억달러어치 주식을 팔면서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다는 사실이밝혀지며 최대 10만여명의 군중이 길거리로 쏟아져나와 `탁신 퇴진'을 요구하게 만든 것.

의료서비스 무상제공 저금리 대출등 빈민층 절대적 지지 불구
재산 은폐·거액 탈세 드러나며 도덕성에 타격

조기 총선이라는 경영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수단으로 난국을 타개해 보려던 탁신은 결국 태국 국민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을 알현한 뒤 자신의 `국가 경영'이 실패했음을 자인하게 됐다. 최근 탁신에 관한 책을 저술한 크리스 베이커는 지난 74년간 23차례의 쿠데타가발생할 정도로 민주주의 토대가 빈약한 태국에서 탁신 총리가 "법치 위에 군림하고,인권을 무시했으며, 헌법을 무력화시켰다"며 탁신을 "태생적 독재자이자 권위주의자"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방콕 AP.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