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5.10 18:38 수정 : 2006.05.23 01:27

하이데라바드 외곽 하이텍시티의 아이티복합빌딩인 사이버타워 앞길 중앙분리대 위에는 아이비엠(IBM) 등 아이티 기업들의 채용 모집 광고판이 수백미터에 걸쳐 이어져 있다. 하이데라바드/강창광 기자

[인도의길인도의힘2부:새 ‘슈퍼파워’ 현장을 가다]
“미국 로펌 업무도 여기 앉아 봐줍니다”


BPO,인도 IT 역량이 꽃피운 고부가가치 산업
닛산자동차 개발서 도이치은행 결제까지 대행
지난해 172억 달러 수주…“2010년 600억 달러”

하이데라바드 동북부 신시가지에 있는 정보통신(IT)기업 복합빌딩 인포시티 주변은 항상 직원 모집광고로 넘쳐난다. 거리의 입간판에 아이티 기업들이 내붙인 모집광고에는 단순 오퍼레이터에서 금융분석가까지, 한 회사에 함께 있을 것 같지 않은 온갖 직종이 망라돼 있다. 인도 아이티산업의 주력인 ‘비지니스프로세스아웃소싱’(BPO) 산업이 그 외연과 내용을 넓혀가고 있는 반증이다.


BPO란?(비지니스프로세스아웃소싱)

인도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외국 기업들의 업무 관련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주다가, 기업의 업무공정에 익숙해지면서 아예 그 일부를 대행하며 발전시킨 산업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은 인도에서도 외국에 있는 기업들의 일상 업무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게 했다. 현재 방갈로르에는 800여개에 달하는 세계적 대기업들이 비피오 회사를 차려, 본사의 일을 직접 처리하거나 다른 기업들의 일도 수주하고 있다.

정보통신서비스 기업인 ‘사티암 컴퓨터 서비스’의 라구 바르가바 기업전략담당 부사장은 “(비피오에서)‘아웃소싱’이라는 말보다는 ‘비지니스프로세스’라는 말에 주목하라”고 주문했다. 비피오 산업이 데이터 입력 등 지금까지의 단순업무에서 아이티를 이용한 기업업무 혁신에 이르기까지 비지니스프로세스 전반, 즉 일반적인 기업 활동으로 외연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도의 비피오 산업은 단순노동 집약산업이기도 하고, 창조성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기도 하다.

비피오 등 인도의 아이티서비스 산업은 3단계를 거쳐 발전해왔다. 첫 단계는 고객의 주문에 따른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유지 서비스였다. 2단계는 고객지원 콜센터 운영, 데이터 작업, 문서화 등 기업의 단순 일상 업무를 아웃소싱 받는 단계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유럽과 미국 기업들의 단순 일상업무를 인도에서도 처리할 수 있었다. 불만 접수·처리, 인력관리, 급여처리, 의료기록, 기술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3단계는 비지니스프로세스를 직접 디자인하고 이를 대행하는 것이다. 기업의 핵심역량까지 관계된 비지니스프로세스를 능동적으로 개발해 제시하는 일이 여기에 해당된다. 금융 조사업무, 고난도 데이터처리, 시장조사, 원격교육, 공학디자인, 의료서비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호황을 누리는 아이티 기업들이 가득찬 하이데라바드 하이텍시티라도 인도의 그늘을 벗어나지는 못한다. 정보통신(IT)기업 복합빌딩 바로 옆에 있는 빈민촌의 어린이들이 옷감으로 만든 그네를 타며 웃고 있다. 하이데라바드/강창광 기자
사티암의 바르가바 부사장은 “사티암이 일본 닛산자동차의 자동차 디자인과 그 시스템 개발 업무에 관여했다”고 소개했다. 현재 사티암은 세계 10대 자동차회사 중 8개 회사의 자동차 디자인과 시스템 개발 업무를 수주한 상태다. 방갈로르의 HCL테크놀로지스는 도이치은행의 실시간 거래결제에서부터 에어버스 여객기의 항로시스템 백업장치 디자인까지 맡고 있다. 비피오 등 아이티서비스 산업의 영역 확대다.

인도의 아이티컨설팅 회사인 네오아이티는 현재 약 5천억달러 규모인 전세계 비지니스프로세스 업무의 시장가치가 2008년에는 6820억달러로 늘 것으로 전망했다. 그중 상당 부분을 인도 아이티 기업이 맡을 전망이다. 이미 <포천> 선정 500대 기업 중 70% 이상이 회사 내 업무를 인도 등 외국으로 아웃소싱하고 있다. 지난해 172억달러를 수주한 인도 비피오 산업은 2010년에는 600억달러를 수주할 것이라고 인도 소프트웨어기업전국협회(NASSCOM)와 맥킨지 보고서는 전망했다.

고부가가치 서비스로 옮겨가는 인도 비피오 산업이 주목하는 또다른 분야는 법률서비스다. 전세계적으로 2500억달러 규모인 법률서비스 시장에서 지난해 1만2천개의 관련 직종이 역외로 아웃소싱됐고, 2010년에는 아웃소싱되는 직종이 3만5천개로 늘 것이라고 조사회사 포레스터는 추정했다. 이렇게 되면 영어와 영국 관습법 전통에 익숙한 인도 고급인력들이 유리하다. 미국 로펌들이 계약서 작성, 특허 신청, 조사 및 협상 등 업무를 인도 비피오 회사에 맡길 경우 약 70%의 경비절감 효과를 볼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그동안 ‘백프로세싱오피스’, 즉 사무처리 지원업 정도로 낮춰 불려졌던 인도 비피오 산업은 이제 브랜드 가치까지 창출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맥킨지 보고서나 영국 <이코노미스트> 등은 이제 인도 비피오 산업에 대한 도전과 걸림돌은 시장규모나 사업기회가 아니라 인도 자체의 인력과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맥킨지 보고서는 2010년이면 인도 아이티서비스 분야에 230만명의 전문인력이 필요하게 되지만 50만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까지는 인건비 등 비용이 싸다는 이유로 인도의 열악한 인프라를 견뎠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이미 아이티서비스 분야의 임금은 매년 15%씩 치솟고, 이직률은 40%에 육박한다. 위프로, 인포시스, 사티암 등 인도 비피오 대기업들은 이미 단순작업들은 중국으로 아웃소싱하고 있다.

하이데라바드(인도)/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인도의 길 인도의 힘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