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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11 16:16 수정 : 2006.05.11 16:16

현재 필리핀에서는 메트로 마닐라를 중심으로 남북지역에 철도를 건설하는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북부철도의 경우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지원중이며, 남부통근철도 건설 프로젝트에는, 한국정부가 총 공사거리 60Km 중 1단계 34Km 구간 사업에 5천만 달러의 차관을 주기로 계약하였다. 2005년 12월, 노무현 대통령의 필리핀 방문이후 계약이 체결된 이후, 이 프로젝트의 사업주체인 필리핀 철도청은 마카티시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현 거주지에서 45km 떨어진 카부야오 지역으로 이주할 것을 공지하였다. 카부야오에는 2002년 마카티의 산안토니오지역에서 강제 이주한 61가구를 시작으로 현재 약3000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여전히 새로 집을 짓는 공사가 집집마다 한창이지만 시멘트 블록으로 지어지는 집들 외에, 도로나 주변 부대시설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 정착한 사람들에게 정부는 이주조건으로 60m²의 주택부지와 이주비용 50,000페소(백만원)를 제공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2차례에 걸쳐 나누어 제공되는 이 이주비용 외에, 부지가격 100,000(2백만원)페소 중 75,000페소(150만원)를 주민들은 정착 후 6개월 후부터 30년 동안 상환해야 한다. 이주비용으로 받은 50,000페소는 이들이 살 집을 짓는데 필요한 건축자재와 공사 인건비로 쓰여 지는 것을 조건으로 해서 지급된다. 그러나 이 금액이 집을 짓는데 충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 중에는 이 돈을 전용하여 구멍가게를 내거나 생필품을 사버려, 집이 완공되지 않은 채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현재 카부야오에 정착한 주민들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착지에는 집을 지을 터만 있을 뿐, 일자리가 될 만한 곳은 주변에 없다. 때문에 많은 주민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이전에 살던 마카티시까지 2-3시간을 소요하여 일 하러 가야한다. 철도청에서는 마카티와 카부야오를 오가는 기차에 대한 3개월 무료 승차권을 가구당 하나씩 배포하였으나, 왕복 6시간이 소요되며 하루에 2번밖에 다니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용하기가 어렵다. 더욱이 이 무료승차권에 대한 위조 문제가 심하여 철도회사 측에서 인정해 주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가장들은 방을 얻어 마카티에 머물며 주말에만 집에 돌아온다. 집세, 교통비 등이 부가로 소요되며, 집안의 아내들은 이전에 있었던 부업을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집안 전체로 소득을 줄고 지출은 증가한 상황이 되었다.

생계를 위해 카부야오의 많은 주민들은 집을 지을 비용을 전용하여 구멍가게를 내었지만, 소비가 한정된 데서 많은 가게들이 생겨 수익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카부야오에 정착한 주민들은 수도, 전기, 교육과 같은 기초 서비스들의 공급부족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도 배관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주민들은 마을 곳곳에 설치된 30여개의 우물에서 물을 길어 생활용수 및 식수로 이용하고 있지만, 최근 아테네오 대학의 조사결과 이 물은 식수 부적격판정을 받았다. 전기 역시 전신주는 세워져 있으나 아직 전기가 공급되고 있지 않아, 발전기를 이용하여 주민들이 제한된 시간 동안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매일 30페소(약 6백원)의 돈을 지불하면 저녁 6시부터 오전 6시까지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주민들 중에는 낮시간동안에는 자동차 배터리를 떼어내어 오디오와 연결하여 음악을 듣는 사람들고 많고, 전기공급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집에는 석유 램프를 걸어두고 있는 집들이 많다.

이곳 주민들의 교육을 위해, 지방정부는 2002년부터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를 짓기 시작하였으나 2006년 5월 현재까지 완공되지 않은 상태이다. 2006년 2월부터 본격적인 이주가 시작된 이 마을의 많은 학생들이 학교의 완공을 기다리고 있으나, 새학기가 시작되는 6월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인데도 초등학교 건물은 시멘트 골격만 갖추어진 상태이다. 칠판, 책상, 의자 등은 준비되어있지 않으며, 심지어 학생을 가르칠 선생님들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이 건물이 완성된다고 하더라도 60㎡정도 되는 한 교실에 50~60명의 학생들이 같이 이용해야 하며 2부제 이상의 수업을 피할 수 없다. 신학기까지 학교가 완성되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4~8시간이 걸리는 인근 학교까지 가야하지만, 인근 학교 역시 과밀상태라 이곳 학생들을 받아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이 외에 카부야오의 재이주지역에서는 교통 사정이 매우 좋지 않다. 현재는 대중교통수단인 트라이시클(오토바이옆에 사이드카를 부착하여 4-5명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외부에서 이 마을로 오긴 하지만, 이곳에서 외부로 나가고자 할 때는 이용하기 힘들다. 별도의 트라이시클 노선을 만들면 좋겠지만, 이 비용(회원가입비 500페소, 월회비 200페소, 노선신설비 20,000페소)이 만만치 않다. 또한 이 지역에는 쓰레기 수거 차량이 오지 않아 쓰레기가 집 주변에 쌓여가고 있으며, 외부 지역의 쓰레기 매립지역이 마을과 인접해 있어 이 지역의 환경을 더 열악하게 하고 있다.

주민들은 대부분 정부의 철도 건설 계획에 찬성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의 원조에 대해서도 고마워하고 있다. 그러나 공사 진행이 서둘러지면서, 재이주지역에 대한 준비 없이 철거가 무리하게 진행되는데 대해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금년 4월 마카티에서 갑자기 철거되어 이주한 루디씨(40대 중반, 여)는, "기간내 자진 철거 하지 않으면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다하여 갑작스럽게 집을 옮기게 되었다. 철거의 공포로 인해 7살 된 딸 아이는 심리적 후유증이 생겨, 밤낮 울어대며 엄마를 찾는다. 집 짓는데 필요한 돈을 받았지만 집을 완공하기에는 부족하다."라고 이야기한다.

한국 정부는 돈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필리핀 정부와 필리핀 철도청이 이주문제와 건설 책임을 맡는다고는 하지만, 제3세계 경제를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한국정부가 지원한 자금이 지역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주민들은 피력하고 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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