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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11 18:28 수정 : 2006.05.23 01:34

뭄바이 중심가에 위치한 인도 최대기업 타타그룹의 본부인 타타하우스 앞 거리를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가고 있다. 1868년 설립돼 인도 근대산업화를 주도한 타타그룹은 인도 제조업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뭄바이/임종진 기자

[인도의길인도의힘2부:새 ‘슈퍼파워’ 현장을 가다]
“제조업이 성장 기관차…타타가 이끈다”


100년전 벌써 8시간 노동·무상의료 실시한 타타그룹
철강 · 자동차 · IT 분야의 간판…한국 · 중국으로도 진출

전세계가 인도의 ‘정보통신(IT) 기적’에만 마음을 빼았기고 있는 사이, 인도에선 ‘제조업 발전’ 외침이 커지고 있다.

인도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년째 17%대를 맴돌고 있다. 부실한 성적표다. 공장이 늘지 않으니 고용도 제자리 걸음이다. 농촌의 빈곤을 견디지 못해 도시로 몰려드는 농민들도 ‘노동자’가 아닌 ‘도시 빈민’이 될 뿐이다. 인도 경제의 가장 어두운 그림자다. 인도의 대표적 정보통신 기업인 인포시스의 나라야나 무르티 회장은 지난달 방갈로르에서 열린 정보·통신·기술 관련 회의에서 정보통신이 아니라 제조업 육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도가 외국 정보통신 기업뿐 아니라 제조업 기업의 현지생산 기지로 거듭나면 농촌에서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제조업과 정보통신 산업의 균형잡힌 성장’을 향한 인도의 바쁜 발걸음을 상징하는 것이 인도 최대 기업인 타타그룹이다. 타타그룹은 인도 제조업의 저력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인도 산업의 아버지’로 불리는 잠셋지 누세르완지 타타(1839∼1904)가 1868년 설립한 타타그룹은 인도의 근대 산업화 역사 자체다. 타타는 애초 무역회사로 출발했지만 일찍부터 ‘민족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민족주의자였던 창업자의 뜻에 따라 철강과 자동차 등 제조업 발전을 주도했다. 타타스틸은 1907년 아시아 최초의 민영 종합철강회사로 출발해 연간 500만t의 철강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원가경쟁력이 가장 높은 철강기업으로도 유명하다. 타타모터스는 그룹의 주력기업으로 델리 같은 대도시부터 마하슈트라주의 시골 구석구석까지 타타의 대형트럭들이 달리는 모습을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타타모터스는 98년 첫 인도 토종차인 인디카를 내놓았으며, 국내 승용차 판매 2위를 달리고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 유럽과 동남아시아로도 타타 차들이 수출된다. 인도 최초의 수력발전소(1910년)와 항공사(1932년)도 모두 타타가 시작했다.

지난 4월28일 찾아간 뭄바이 중심가의 ‘타타하우스’, 인도 제조업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타타그룹의 본부가 있는 곳이다.


타타그룹의 지주회사인 타타선즈의 앨런 로슬링 전무이사는 제조업과 정보통신(IT)·서비스 분야를 아우르는 발전전략을 강조했다. “인도 경제가 계속 8∼9%씩 성장하려면 제조업이 매년 10% 이상씩 성장해야 한다. 타타그룹은 91년 인도 정부가 경제자유화 정책을 시작한 이래 정보통신·서비스 분야에서도 급성장했지만 제조업도 계속 강화하고 있다. 기술혁신으로 2천달러짜리 저가 자동차 생산 등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국내시장도 적극 개발할 것이다.”

타타그룹은 인도 국내총생산(GDP)의 2.8%를 차지하며 21만5873명을 고용한 민간부문 최대 고용주다. 7개 분야에 걸쳐 93개 기업을 거느린 타타는 철강, 자동차, 정보통신, 에너지가 주력 분야다. 2004∼2005년 그룹의 매출 178억달러 가운데, 자동차 등 엔지니어링이 31%, 철강이 21%, 정보통신이 19%를 차지해 제조업과 정보통신의 균형이 잡혀 있다. 특히 최근 철강 분야에 큰 투자를 하고 있다. 철광석이 풍부한 인도 동부에 1200만t과 600만t, 500만t 규모의 제철소 3개를 건설해 생산능력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자동차 산업에도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95년에는 자체 부품기업인 타타오토컴프시스템스를 설립했다. 현재 4만명 정도의 엔지니어를 고용하고 있고 기술 분야의 채용인력도 계속 늘리고 있다.

“기업이란 사회 공동체와 함께 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은 사회적 지지를 끌어내며 타타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노동자들에 우호적인 경영은 유명한데, 1912년 하루 8시간 노동제, 1915년 노동자 무상의료, 1920년 유급휴가를 도입했다. 영국에서 1911년에야 하루 12시간 노동제가 처음 도입된 것보다 훨씬 앞선다.

타타그룹의 지주회사인 타타선스의 앨런 로슬링 전무이사

창업자 잠셋지 타타가 세상을 떠난 뒤 재산의 3분의 1은 “인도의 과학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고인의 뜻에 따라 방갈로르의 인도과학대학원(IISc) 설립에 쓰였다. 1920∼1930년대에 타타선스 자산의 66%는 두개의 공공트러스트에 기부됐으며 이를 통해 매년 1억달러 이상을 사회복지에 내놓고 있다. 현재도 2개의 공공 자선재단이 타타선스 주식의 66%를 소유하고 있으며 타타선스가 그룹 전체를 총괄한다. 로슬링 전무는 “사회공헌 원칙이 단기적으로 손해가 될 때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2004년 방글라데시와 철강·발전 등 분야에서 매우 큰 사업 계약을 맺어야 할 때 방글라데시 정부는 다른 인도기업이 아닌, 타타이기 때문에 믿고 환영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91년 인도의 경제 개혁개방 정책 이후 타타는 인도를 넘어 국제적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빠르게 변신해 왔으며, 특히 중국, 한국 등 아시아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2004년 타타는 대우상용차를 인수해 군산에서 타타대우 상용차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 설계·생산한 트럭을 남아프리카 등에 판매하고 있고, 곧 한국에서 설계한 차를 인도에서 생산·판매할 예정이다. 타타는 타타컨설턴시서비스(TCS)를 통해 한국의 소프트웨어 분야 진출도 확대해갈 계획이다.

이들은 인도의 최대 ‘경쟁자’로 떠오른 중국시장도 주시하고 있다. 타타컨설턴시서비스는 중국 항저우에 리서치센터를 두고 260여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 마이크로소프트와 합작으로 베이징에 주요 아웃소싱 기지도 세우기로 했다. 중국 내 새 제철소 건설과 대규모 호텔 건설 계획도 발표한 상태다.

로슬링 전무는 “인도는 매우 역동적이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장점도 있고 문제도 있다. 영어 사용과 민주주의의 면에서 매력적이고 안정적인 투자처지만 낙후된 인프라와 빈곤, 관료주의, 부패 등 문제도 안고 있는 복잡한 사회다. 그렇지만 어떤 시나리오로도 인도는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6~10%씩 성장할 것으로 본다. 외국투자을 끌어들일 뿐 아니라 국내자본 투자도 늘어날 것이고, 세계 수준의 인도 기업들도 나타날 것이다”라고 인도의 10년 뒤를 낙관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의 인도 시장 진출은 매우 현명한 결정이었다”며 타타는 엘지, 포스코, 현대자동차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10년 뒤 타타그룹에 대해 “자동차와 철강, 소프트웨어가 주력이겠지만, 인도 국내시장이 성장하면서 소매산업, 통신, 위성텔레비전, 보험, 부동산 등 새로운 부분의 비중이 커져 다양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뭄바이/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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