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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15 20:02 수정 : 2006.06.15 20:02

지난 5월30일 우리나라 시민단체인 시민정보미디어센터가 몽골 울란바토르 바가노르구에 마련한 식림장에서 바가노르 주민과 학생들이 함께 포플러 묘목을 심고 있다.

시민단체, 바가노르구서 3년동안 2만5천그루 심어
주민 참여로 고용창출…탄광 먼지 막는 장벽 구실
땔감 도벌 막으려 폐기장서 재생에너지 생산 계획도

몽골, 사막화 방지사업 현장르포

17일은 유엔이 정한 ‘사막화 방지의 날’이다. 지난 4월8일 짙은 황사가 우리나라 하늘을 뒤덮은 뒤 황사의 주된 원인인 사막화의 심각성과 대책에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반도로 날아오는 황사의 주요 발원지의 하나인 몽골에서 이뤄지고 있는 사막화 방지 사업 현장을 살펴봤다. 몽골의 지역사회는 국제협력을 통한 나무심기에서부터 쓰레기폐기장 건립에 이르기까지 사막화를 막고자 갖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나무 어머니’로 불리는 2004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 왕가리 마타이에게 나무는 생명과 희망이다. 케냐의 척박한 땅을 초록으로 일구는 일은 주민들이 심은 나무 한 그루에서 시작됐다. 사막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몽골에도 나무는 희망이다. 특히 수도 울란바토르 바가노르구의 주민들에게 나무는 노천탄광의 석탄먼지를 막아줄 ‘녹색장벽’임과 동시에 ‘소득과 일자리’다.

“한 그루의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을 가져다 줄 겁니다.”

오윤바타르 출카이 바가노르구청장이 나무를 심으러 아침 일찍 모인 87명의 주민들에게 외쳤다. 바가노르구는 울란바토르 도심에서 동쪽으로 차를 달려 두 시간 거리에 있다. 모인 이들은 대부분 근처 빈민촌에서 온 실업자들이다. 나무 한 그루를 심고 500투그릭(500원)을 받는다. 저마다 삽과 물동이를 챙겨든 주민들은 매서운 바람에도 아랑곳않고 부지런히 삽을 놀리고 물을 날랐다. 오후가 되자 바가노르 제2학교 학생들 30여명이 힘을 보탰다. 5월29~30일 이틀에 걸쳐 1만그루의 포플러 묘목이 듬성듬성 풀만 자라난 초원에 뿌리를 박았다.

울란바토르 송깅하이르항구 게르촌 주민들이 땔감으로 쓰려고 나무를 몰래 베어놓은 현장. 주민들 말로는 도벌 전 이곳은 울창한 산림이었다고 한다.

사막화의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중국과 몽골의 사막지역 등지에 우리나라 정부나 시민단체 주도로 나무를 심는 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바가노르구의 나무심기도 이런 노력의 하나로, 시민단체인 시민정보미디어센터가 2003년부터 시작해 올해까지 대략 2만5천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이들의 사막화 방지 활동은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단순한 나무심기에서 한 단계 진화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역 학교와 연계해 사막화의 심각성과 나무심기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5월 초부터 센터에서 심은 나무 1만그루를 관리하고 있는 검브 예르뗀치믹(43)은 “7남매를 키우는데 남편이 3년 전에 연락이 끊긴 뒤 일자리가 없어 살길이 막막했는데 나무 관리하는 일을 맡게 돼 그나마 한시름 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식림장에서 50m 정도 떨어진 곳에 게르(몽골 전통집)를 짓고 살며 나무에 매일 물을 준다. 소나 말 등이 들어와 끊어놓은 철조망 울타리를 수리하는 것도 그와 7남매에게 주어진 일이다. 관리비로 한 달에 70달러(약 7만원)를 구청에서 받는다. 이 지역 주민들의 평균 소득인 4만3천투그릭(약 4만3천원)에 견주어 높은 편이다.


인구 2만5천명의 바가노르구는 실업률이 12.6%에 이르는 심각한 실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1978년 대규모 노천탄광이 개발되면서 몰려든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생긴 마을이라, 함께 온 가족들을 위한 학교와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 울란바토르가 소비하는 석탄의 90%를 생산하는 이 탄광은 24년 동안 별다른 공기 정화시설 없이 채굴됐다. 그러다 보니 탄광의 석탄 먼지는 초원의 거센 바람에 날려 주민들의 폐에 차곡차곡 쌓였다.

아버지가 탄광에서 일하는 제2학교 8학년 아욘서트 호를처지(14)는 “나무 심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학교에서 배웠다”며 “심은 나무가 어서 자라 탄광에서 날아오는 석탄 먼지를 막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카이 구청장은 “실업난과 함께 주민들 건강을 위협하는 탄광 먼지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식림사업에서 찾고 있다”고 말했다.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송깅하이르항구에는 센터와 일본 시민단체인 요코하마 정책 엔지오와 구청의 또다른 사막화 방지 실험이 움트고 있다. 식림사업과 일자리뿐 아니라 에너지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에너지 생산까지 결합한 모델이다.

이곳 인구 20만4천여명 가운데 64.6%가 일자리를 찾아 전국 각지에서 도시로 올라온 영세 유목민들로, 게르를 짓고 마을을 형성해 모여살고 있다. 인구의 32.4%에 이르는 실업자의 대부분이 이 게르촌에서 산다. 이들이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근처 나무를 베어 뗄감으로 사용하면서 이 지역 산림은 급속히 파괴됐다. 구청에서 산림방위대를 만들어 이를 막아보려 했지만 도벌꾼들이 기승을 부려 일본 정부에 이들을 막을 대포를 지원해달라고 했을 정도다.

산초 간볼드 부구청장은 “구청에서는 산림을 복원하기 위해 식림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심은 나무를 지켜내기 위해 우선 에너지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 시민단체는 울란바토르의 쓰레기가 모두 모이는 송깅하이르항구의 우란초로도 폐기장을 재생 에너지 생산장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6일 찾은 우란초로도 폐기장은 예전 서울의 난지도를 똑 닮은 모습이었다. 제대로 분리수거되지 않은 쓰레기 더미가 악취를 풍기며 흙과 섞여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폐기장을 둘러본 일본의 사사키 이치로 요코하마 정책 엔지오 대표는 “고철과 유리 등은 잘 분리해 재활용하고 음식쓰레기에서 메탄을 추출하거나 플라스틱류를 태우면 1만㎾ 정도 전기 생산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사키 대표는 일본 환경부에서 에너지 자급자족 프로젝트를 맡는 등 관련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울란바토르/글·사진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개도국에 발전소 건설·나무심기 온실가스 감축 대비책 떠올라

울란바토르 송깅하이르항구 우란초로도 쓰레기장. 울란바토르의 쓰레기는 모두 이곳에 버려진다. 쓸만한 물건을 찾아 몇몇 주민들이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다.

몽골 울란바토르 송깅하이르항구의 우란초로도 폐기장에 열병합 발전소를 세운다면 누가 기술과 설비를 제공할 수 있을까? 사사키 이치로 일본 요코하마 정책 엔지오 대표는 그 해결책을 청정개발체제(CDM)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청정개발체제는 1997년 채택한 교토의정서에서 제시된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을 보조하는 수단의 하나로, 선진국이 감축의무가 없는 개발도상국에 투자해 얻은 온실가스 감축분을 자국의 감축실적에 반영하는 제도다.

일본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1990년 대비 6% 감축해야 하지만 실제로 이미 배출한 양까지 따지면 14%를 감축해야 한다.

사사키 대표는 “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기업이 나서서 하면 기업 쪽에도 이익이 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사막화 방지 사업의 유인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전력회사 등을 중심으로 49개 기업이 개도국에 투자한 청정개발체제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 관련 승인을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었다. 이들이 이산화탄소 배출권으로 얻어오는 양은 연간 3758만t에 이른다. 유엔의 청정개발체제 집행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일부 남아 있지만 청정개발체제가 완전히 궤도에 오른 셈이다.

청정개발체제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청정에너지 개발 쪽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식림사업 쪽으로 나눌 수 있다. 일본은 개도국의 발전소들을 업그레이드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자연 에너지를 이용해 개발하는 에너지 개발 쪽에 주력하고 있다.

정선철 사회설계연구소장은 “우리나라도 2013년에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대상국이 될 수 있다”며 “기업과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식림사업 투자 등을 통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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