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04 18:51
수정 : 2006.07.04 18:51
‘킬링필드’를 심판하기 위한 캄보디아의 ‘크메르루주 학살 법정’이 3일 선서식을 치르고 본격 출범했다. 캄보디아인 17명과 유엔이 지명한 외국인 13명 등 30명의 법관·검사들은 프놈펜의 왕궁에서 선서하고 3년간의 업무에 들어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들은 재판의 핵심사항 정리를 위한 워크숍과 기초조사를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인 재판을 열 예정이다. 1997년 캄보디아 정부가 재정지원 등을 유엔에 요청하면서 시동이 걸린 크메르루주 학살 법정은 재판부 구성 등에 대한 이견으로 몇해째 출범이 미뤄져 왔다.
이번 법정의 수사 및 재판 대상은 “1975년 4월부터 1979년 1월 사이에 일어난 범죄들과 캄보디아법과 국제법의 심각한 위반행위에 책임있는 자들”이다. 1970년대 크메르루주 최고지도자를 지낸 폴 포트는 1998년 은거지에서 숨져, 그 다음가는 지도부가 처벌 대상으로 떠오른다. ‘브라더 넘버 원’(인민의 맏형)이라는 별칭의 폴 포트에 이어 ‘브라더 넘버 투’인 누온 체아 크메르루주 최고 이론가, 키우 삼판 전 대통령(1976∼79), ‘브라더 넘버 쓰리’인 전 외무장관 이엥 사리 등이다.
1975년 론 놀 장군 정권을 뒤엎은 크메르루주는 화폐와 무역이 필요없는 농촌 기반의 유토피아를 건설하려는 ‘실험’을 벌이다 170여만명을 학살하거나 굶어죽게 만든 혐의를 받고 있다. 이제껏 크메르루주의 범죄와 관련해서는 군사령관 출신인 타 목이 전쟁범죄 혐의로, 카잉 켁 이에브가 1만6천여명이 희생당한 ‘S-21 수용소’ 학살 혐의로 기소된 게 전부다. 캄보디아에는 사형제가 없어, 이들의 유죄가 확정되면 종신형에까지 처해질 수 있다.
30여년 뒤에 열리는 재판인데다 주요 용의자들이 “학살에 대해 모른다”는 입장을 밝혀와, 재판이 순조로울지는 의문이다. 누온 체아는 3일 <에이피>와 인터뷰에서 학살 연루 혐의를 부인하면서, “사람들이 죽은 근본 이유는 전쟁 때문이고, 도발자는 미제국주의자들”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는 그는 법정이 부르면 기꺼이 나가겠다고 말했다.
훈센 총리나 미국도 ‘깨끗한’ 입장만은 아니다. 캄보디아 현 정부에는 투항한 크메르루주 인사들이 다수 들어가 있다. 미국은 공산혁명의 빌미를 제공한 1970년 론 놀의 군사쿠데타를 후원했다. 미국은 1979년 베트남의 군사개입으로 크메르루주 정권이 무너진 뒤에도 수년간 크메르루주를 합법정부로 인정했다. 베트남전을 치르던 미국은 1969∼73년 베트콩의 배후를 다스린다며 맹폭을 가해 캄보디아인 60만~80만명을 숨지게 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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