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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으로 승화하는 한·몽골 관계되길
유목생활 적응력으로 산업화·민주화 추진
몽골도 ‘대통령 비판’하는 언론자유 보장
[이사람] 남편 대신 ‘만해상 수상식’ 참석 몽골 퍼스트레이디 솔몽 오논
몽골 공화국 퍼스트레이디 솔몽 오논(44)은 “몽골같은 유목민의 생활방식은 현대에 잘 맞지 않지만 그 정신은 딱 들어맞는다”고 했다. 그는 “유목민인 까닭에 몽골은 어떤 것에든 적응이 빠르다”며 “현재 몽골은 둘 혹은 세 가지 함께 몰려온 역사적 과도기를 잘 극복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만해사상실천선양회(이사장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가 선정한 ‘만해상 포교부문상’을 부군 남바린 엥흐바야르 대통령 대신 받기 위해 한국에 온 그는 ‘칭기스칸 후예’ 답게 한국에 2박3일간 잠깐 머물다 13일 저녁 울란바토르로 날라갔다. 솔몽 오논은 13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겨레〉 기자와 만나 “내가 몽골사람이라 그런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과거 공산권 국가들 중 몽골은 새로운 변화를 매우 잘 받아들이고 있다고 본다”며 “현재 몽골은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11일 영국 런던에서 10시간을 날아 오후 4시께 한국에 도착했다.
-왜 영국에서 비행기를 탔나?
=영국 캠브리지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자료를 찾고 있다. 거기 가는 이유는 영국이 18, 19세기 세계 과학계를 선도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귀하의 연구는 몽골 과학과 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 아닌가?
=나는 과학자도 아니고, 네 아이를 키우는 가정주부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를 위해 전문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영국의 과학을 공부해 나라에 작은 보탬이라도 되도록 하려고 연구하는 것이다.
-역시 칭기스칸 후예답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칭기스칸은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탐구하지 않았나? =그렇게 보면 몽골 사람들이 모두 칭기스칸 후예라고 보면 된다. 1962년생으로 1979~83년 러시아 플레하노프 아카데미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몽골 386’인 그는 대학과 엔지오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대학 졸업 후 1년간 몽골 중앙은행 회계담당을 맡은 그는 84년부터 10년간 울란바토르 농업교육대에서 사회과학부 교수를 지낸다. 95년에서 2000년 사이 감사원과 국가안전위원회 조사관 경험을 쌓은 미래의 영부인은 2000년부터 본격적인 사회활동을 펼친다. ‘자유언론재단’ 이사장, ‘사업개발본부 이사회’ 의장, 그리고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복지재단 ‘유롤’ 대표 등을 맡았다. 지금도 그는 몽골에서 가장 바쁜 사람 상위권에 든다고 한다. 그는 무엇보다 몽골이 역사 속의 나라가 아니라 미래의 중심국가가 되는 게 바람이라고 했다. “어떤 경제학자들은 우리 인구가 500만명도 안돼 후진국에서 벗어나 발전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몽골은 발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몽골의 미래 발전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최근 몇년간 몸으로 많이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가 자유언론재단을 만들어 이사장까지 역임했다는 얘기에 화제가 언론 쪽으로 옮겨갔다. -몽골 신문협회와 언론자유재단을 창립했다고 들었다. =신문협회 설립에는 내가 큰 역할을 하지 않았다. 분명히 해야 한다. 다만 세계신문협회에 참여하도록 등록하는 과정에서는 조금 역할을 했다. 말씀한 대로 언론자유재단은 내가 설립했다. 외국 기자들을 만나면 몽골이 사회주의 나라이기 때문에 “언론의 자유가 없죠?”라고 묻는다. 하지만 몽골도 언론자유를 충분히 이루어냈다고 본다. -기자들 역할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기자들은 국내 또는 국제적 일들을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다리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본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알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팩트라고 하지않나, 그걸 정확히 전달해주는 게 중요하다. 언론은 사람이나 사건의 장점과 단점을 있는 그대로 지적해주는 게 맞다고 본다. 기자들은 남의 단점도 파헤쳐야 하지만, 본인의 단점도 잘 알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언론인의 도덕과 윤리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솔몽 오논은 “대통령을 마음대로 비판할 수 있는 건 우리 몽골에서도 그렇다”며 ‘언론이 영부인을 비판하면 화나지 않느냐’고 묻자 “이젠 많이 익숙해졌다”며 웃었다. 페렌라이 우르진룬데프 주한 몽골 대사와 솔그트바타르 대통령 외교보좌관이 배석한 인터뷰 말미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언론인이나 언론, 예를 들어 뉴욕타임즈 기자들 같은 한국에서 유명한 언론인을 꼽으라면 누구를 꼽겠는가?”고 물었다. 기자가 “각자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기자들이 최고의 기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하자 그는 “나도 바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곧바로 동의를 나타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긴 여행이 ‘머리에서 가슴까지’라는 말이 있듯이 한국과 몽골이 ‘이성’에서 출발하여 ‘정’으로 승화돼 좋은 관계로 발전하길 기원한다”며 인터뷰를 맺었다. 한편 솔몽 오논은 12일 백담사 만해포교상 시상식에서 남바린 대통령을 대신해 “가정·사회·국가·인류의 우정과 화합을 위해서는 사랑을 실천하고 도전의식을 간직하는 게 절대 필요하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상기 기자 amig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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