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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경제 '빨간불'…정국 불안 탓 |
태국 정국이 수개월째 표류하는데다 최근에는 총리 암살 음모 사건까지 터져 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태국 '국가경제사회개발위원회'(NESD)는 4일 올 상반기에 5.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나 하반기에는 장기간 계속된 정정불안으로 경기가 위축돼 올해 경제성장률이 4.2~4.7%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보다 더 비관적이다. 정국 불안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기업 역시 투자를 축소하고 있는데다 정부의 사회기반 시설 확충을 위한 재정지출마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타놈스리 폰가룬룽 파트라 증권사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상반기에 16~17%의 성장세를 보이던 수출이 하반기에는 10% 이하로 급락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3%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그동안 금년도 태국의 경제성장률을 5%으로 전망했다가 최근 정국불안을 이유로 이를 4.3%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태국의 동남아 경쟁국인 베트남은 7.8%, 싱가포르 7%,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각각 5.2% 등 금년도 아시아 지역 평균 경제성장률은 5.4%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피치는 내년도 역시 아시아지역 평균은 5.1%인 반면 태국은 4.6%로 평균치에도 훨씬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임스 매코맥 피치 아시아지역 부서장은 "정치적 소요사태가 투자와 소비 심리 위축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은 현재 의회의 기능마비로 경제성장의 주된 동력이었던 정부의 재정지출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태국은 회계연도가 매년 10월에 시작되는데, 차기 총선일은 10월 15일로 예정돼 있으나 이마저도 연기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태국 재무부도 의회의 기능마비로 정부 지출이 더 늦어질 경우 내년 경제성장률 역시 3.5~4.5%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태국의 정치적 혼란은 지난 1월 탁신 치나왓 총리 가족이 통신주 매각으로 19억 달러의 이득을 보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방콕의 중산층들이 탁신 총리의 부정을 규탄하고, 그의 사임을 촉구하면서 거리로 뛰쳐나왔다. 탁신 총리는 정치적 혼란을 끝내기 위해 야당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4월 2일 조기총선을 실시해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 선거에 대해 무효를 선언하고 재선거를 실시하도록 판결을 내렸다. 재선거는 10월 15일로 예정돼 있지만 아직 선관위원 5명이 선출되지 않은 상태여서 총선실시가 불투명한 상태다.
더구나 지난달 24일에는 탁신 총리에 대한 암살 음모 사건이 터져 수사가 군 수뇌부까지 확대되면서 정정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렉 왓킨스 주태국 영국상공회의소 전무는 "선거가 되도록 빨리 치러져 모든 문제가 빨리 풀릴수록 태국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태국 내 기업들이 3개월 전보다 더 불안한 눈으로 현 정국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성옥 특파원 sungok@yna.co.kr (방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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