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제도 따른 차별과 냉대 벗어나는 탈출구
최근 인도에서 10만여명의 힌두교도가 불교로 개종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이 13일 보도했다. 이들의 대부분은 힌두교도 가운데 최하위 계급인 불가족천민. 개종하는 이유는 수천년이 지나도록 근절되지 않고 있는 사회적인 차별과 냉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인도에서는 이달 들어 불가촉천민 출신으로 초대 법무장관에 올랐던 B.R. 암베드카르의 불교도 개종 50주년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개종 행사가 벌어지고 있다. 오는 14일 동북부 지역의 나구푸르에서 열리는 `세계 종교 자유의 날' 행사에도 수십만명의 불가촉천민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인도에서 개종 문제는 정치적으로 아주 민감한 사안이다. 힌두 민족주의 정당으로 제1야당인 인도국민당(BJP)은 올해 초에 자신들이 집권하고 있는 라자스탄과 마드야 프라데시주에서 개종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정부 허가를 받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사실상의 개종 금지령을 내린 셈이다.하지만 불가촉 천민들이 힌두 사회에서 여전히 직면하고 있는 억압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개종 뿐이다. 인도 헌법은 카스트 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카스트에 따른 차별과 냉대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농촌에서는 천민들이 마을 우물을 함께 사용할 수 없고 별도의 그릇을 사용하는 음식점도 쉽게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천민들과 그릇을 함께 쓰면 "오염된다"고 생각하기 때문. 지난 2004년 12월 쓰나미에 난타당했던 타밀나두주의 난민촌에서조차 천민들은 식수를 따로 사용했을 정도였다. 대학에서는 자신들보다 좋은 성적을 받았다는 이유로 상위 카스트가 천민들을 폭행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인도에서 천민 출신으로 국가 지도자가 된 대표적인 인물로는 암베드 카르와 지난 1997년부터 5년간 대통령을 지낸 코체릴 라만 나라야난 등이 있다. 하지만 이 2명 모두 외국인과 결혼했다는 사실은 인도에서 카스트의 벽이 얼마나 두터운 지를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http://blog.yonhapnews.co.kr/wolf85/ 정규득 특파원 starget@yna.co.kr (뉴델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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