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15 14:35
수정 : 2006.11.1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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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청소년 해외자원봉사단이 지난 8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외곽의 한 빈민촌에서 전통 주택인 게르를 지어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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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봉사단’ 몽골 울란바토르 빈민촌 집 지어주기 봉사활동
수은주는 영하 8도지만 차가운 대륙의 바람은 체감온도를 영하 20도로 떨어뜨렸다. 고사리손이 꽁꽁 얼었다. 손은 얼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지난 8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외곽의 한 빈민촌에서 한국 청소년 30여명이 몽골의 전통주택인 ‘게르’(Ger) 건축 봉사활동을 벌였다. 게르 건축봉사 활동은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주최하고 기독교 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이 주관한 ‘대한민국 청소년 해외자원봉사단 몽골자원봉사’의 일환이다. 그동안 월드비전 몽골본부에서 ‘특별한 위기에 처해 있는 아동(Children in Especially Difficult Circumstance·CEDC)’사업을 통해 매달 20여개의 게르를 빈곤 가정에 기증해왔으나 이번에는 월드비전 한국본부에서 그 일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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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추위를 피해 맨홀 속에서 살고 있는 몽골 소년. (월드비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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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 하나를 짓는 데 드는 비용은 650달러다. 울란바토르 도시 근로자의 한달 평균 임금이 100~200달러 사이인 것을 감안하면 만만한 돈은 아니다. 파오(包)라고도 부르는 게르는 몽골 유목민들이 사용하는 전통적인 이동식 거주시설이다. 원통형 벽과 둥근 지붕으로 되어 있으며, 벽과 지붕은 버들가지로 짜서 골조로 하고 그 위에 양털을 압축해서 만든 ‘펠트’를 덮어씌워 만든다.
재료만 있으면 특별한 기술이 없이도 누구나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도 손쉽게 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갑자기 불어닥친 모래바람으로 골조가 무너지기를 몇 차례 거듭한 뒤 게르가 세워졌다. 학생들은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작업에 참여한 손혜정(17·대구 정화여고1년)씨는 “추워서 힘들었지만 지어진 게르를 보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박보미(20·서울대 법학부 2년)씨도 “내 손으로 직접 지은 집에서 가족들이 살 생각을 하니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큰 집 생겨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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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줴기네 가족들. 이뜨레(1), 네르게이(28), 줴기(12), 빌꾸네(3).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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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선물을 받은 네르가이(28)는 “멀리까지 와서 도움을 준 한국 학생들에게 감사한다”며 고마워했다.
그동안 네르가이는 3명의 아이들과 1평 남짓한 판자집에서 살고 있었다. 네르가이는 16살 때 첫째 딸인 줴기(12·여)를 낳았다. 줴기가 8살 때 남편은 가정을 버렸다. 네르게이는 4년전 자동차 수리공인 현재 남편과 재혼해 두 아이(이뜨레, 빌꾸네)를 낳아 키우고 있지만, 별다른 생계수단없이 월드비전의 지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봉사단과 동행한 월드비전 해외사업팀의 김성호 간사(몽골 담당)는 “몽골 성인 남성의 상당수가 알콜중독으로 의심되고 있으며, 이들이 가정을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줴기는 새로 생긴 집 앞에서 “집이 작아서 동생들과 살기 불편했는데 큰 집이 생겨 행복하다” 며 활짝 웃었다. 봉사단을 이끈 김민숙 단장(월드비전 대전충남 지부장)은 “다른 봉사 활동도 의미가 있지만 게르 건축을 통해 삶의 터전을 만들어 주었다는데 이번 봉사의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봉사단은 이날 게르 건축봉사 외에도 몽골 소년원, 저소득층을 위한 소득증대센터, 아동 복지센터 등을 두루 다니며 봉사 활동을 한 후 11일 귀국했다.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 김성은(23·조선대 행정복지학부)씨는 “앞으로 복지정책을 계속 공부 하고 싶었는데 이번 봉사 활동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울란바토르/<한겨레> 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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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돈 로드(Don Lord) 월드비전 몽골본부 CEDC 총 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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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전 몽골본부 CEDC 총 책임자인 돈 로드.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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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월드비전 CEDC사업의 총 책임자 돈 로드(51)에게 몽골 아동들의 위기상황에 대해 들어보았다. 로드는 “몽골 아동들의 위기 상태가 심각하다”며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향인 뉴질랜드에서 교사로 일하다가 목사로 직업을 바꾼 후 월드비전 뉴질랜드 본부에서 12년간 국제구호사업을 담당했다. 작년부터 부인 헬렌(49)과 함께 몽골로 와서 CEDC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몽골 아동들의 위기 상태는 어느 정도인가?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몽골인구의 46.8%가 18살 이하의 청소년이고, 이 가운데 22.5%가 가난, 장애, 학대, 고아 등의 위기에 빠져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에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울란바토르에 슬럼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실업으로 인해 가정이 급속도로 붕괴되고 있다.
가정을 잃은 아이들이 맨홀 속에서 생활하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대략 300명의 아이들이 맨홀속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에서도 맨홀 속에서 사는 몽골 아이들에 대한 방송이 나가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아이들이 맨홀에 사는 이유가 있다. 한겨울에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이곳에서 ‘거리의 아이들’이 추위를 피해 갈 수 있는 곳은 그곳 뿐이다. 울란바토르 안의 6개의 화력발전소에서 공급하는 온수관이 지나가는 곳은 영상 25도 이상 유지되기 때문이다. 아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알콜중독자인 성인들도 함께 생활하고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피부병과 굶주림 등에 고통받고 있다. 간혹 온수 파이프가 터져서 화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가정으로 돌아가는가?
=우선 경찰에서 관리하고 있는 아동복지센터로 옮겨져 일정 기간 보호하게 된다. 이곳에서 면담을 통해 일부 아동들이 월드비전이 운영하고 있는 임시거주시설로 옮겨지게 된다.
이 곳에서 보호를 받으며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는 준비 기간을 거친다. 직업교육도 하고, 합창단 등을 조직해 사회성을 기르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붕괴된 가정을 복원시키는 것인데, 소득증대센터에서의 교육을 통해 가정의 경제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국도 전후 비슷한 상황을 겪었는데.
=한국전쟁이 끝난 후 한국도 현재 몽골과 비슷한 처지였다고 알고 있다. (월드비전은 한국전쟁 이후 고아구호 사업을 위해 설립됐다.) 한국인들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무척 관대하다고 들었다. 먼 남의 나라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인 구호활동을 펼쳐 주었으면 한다. 동참을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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