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이슬람 이미지 쇄신..여권 향상에 큰 전기
파키스탄 의회(하원)는 27년간 존속돼온 `강간법'을 피해 여성에게 유리하도록 획기적으로 개정한 `여성보호법'을 15일 통과시켰다. 16일 BBC 방송과 AP 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의회는 강간 사건을 이슬람 법정인 `샤리아 법정'에서만 다루도록 하고 강간 피해여성에게 4명의 남자 증인을 내세우지 않으면 오히려 간통으로 몰리도록 돼있던 기존 강간법인 `후두드법' 개정안을 승인함으로써 여성 인권 향상에 큰 전기를 마련했다. `여성보호법'으로 불리는 이 개정법안이 상원을 통과하고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최종 승인하면 앞으로는 민간 법정이 형법을 적용해 강간 사건을 다루게 된다. 또 간통범에 대해 사형과 태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기존 `후두드법'과는 달리 개정법은 최고 5년 징역형과 1만 루피(약 15만원)의 벌금형만을 선고할 수 있도록 형벌을 크게 경감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의회 관계자가 밝혔다. 또 경찰이 간통 사건 피의자를 구금하기 전에 더 명확한 증거를 확보토록 규정했다. 개정법은 또 간통사건의 경우 고소인이 민간 법정이나 샤리아 법정 중 한 곳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성보호법'은 무샤라프 대통령의 이슬람법 규정 완화 공약 실천 여부를 가늠하는 시금석으로 여겨져왔다.무샤라프 대통령은 이날 이슬람 종파 소속 의원들이 법안 상정에 항의해 의사당을 퇴장한 가운데 `여성보호법'이 의회를 통과한 직후 예정에 없던 TV 생중계 연설을 통해 "여성 보호를 위해 필요했기 때문에 부당한 강간법을 개정키로 단호하게 결정한 것"이라며 "지난 2004년 여성 보호와 여권 신장을 위해 시작한 우리의 운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의회에서 통과된 `여성보호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라고 상원에 촉구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파키스탄의 강경 이슬람 이미지를 쇄신하고 인권단체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갖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강간법 개정을 적극 추진해왔다. 샤우카트 아지즈 파키스탄 총리는 `여성보호법'안에 대해 " 여성들에게 권리를 부여하고 여성들에 대한 월권을 종식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역사적인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슬람 정당들은 `여성보호법'안이 "프리 섹스"를 조장할 것이라며 의회 표결 참여를 보이콧했다. 이들은 `여성보호법'안이 코란과 샤리아법의 근간을 뒤흔들 것이라며 전국적인 항의 시위도 불사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대해 파키스탄의 대표적인 여성인권 운동가 일리나 질라니는 "정부가 이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어느정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룩했으나 우리의 요구가 충족된 것은 아니다"며 "우리는 1979년 제정된 간통법의 전면 폐지를 원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기존 `강간법'은 지난 1979년 당시 지아 울 하크 대통령의 군사정부에 의해 제정됐다. 파키스탄의 독립기구인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는 2시간마다 강간 사건이, 8시간마다 집단 강간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조성부 기자 sungbo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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