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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반군지도자 프라찬다
“새로운 시작이 찾아왔다.” 10년 내전을 종식시킨 역사적인 평화협정이 맺어진 21일, 네팔의 마오쩌둥주의 반군 지도자 프라찬다(52)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 수도 카트만두에서 기리자 프라사드 코이랄라(85) 임시정부 총리와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반군 3만5천여명은 무기를 내려놓고 유엔의 감시를 받게 되고, 내년에 총선을 치러 제헌의회를 세우기로 양 쪽은 합의했다. 협정 조인식에서 “238년간의 봉건체제”를 끝냈다고 선언한 프라찬다의 네팔공산당은 임시의회 330석 중 코이랄라 총리가 이끄는 네팔회의(85석)에 이어 제2당(73석)으로 제도권에 진입하게 됐다. 국토의 40% 가량을 점령하던 반군세력이 집권세력으로 떠오르면 ‘반군 수괴’이던 프라찬다도 국가수반에 오를 수 있다. 네팔 정치의 주류로 등장한 프라찬다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본명이 푸슈파 카말 다할인 그는 ‘사나운 사람’이라는 뜻의 이름으로 불린다. 그는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농학을 전공한 교사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힌두교 카스트제도의 최상층인 브라만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중류 가정 출신으로 알려졌다. 프라찬다는 중국의 인민혁명과, 마오쩌둥주의자들인 페루의 ‘빛나는 길’에 감화받아 1996년 ‘인민전쟁’을 시작했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의 말을 신념으로 삼는다. 반군 장악 지역에서 봉건적 관계를 무너뜨리고 농민들을 각성시켰다는 평가도 듣지만, 잔학행위를 저질렀다는 비난도 있다. 술과 도박, 통속소설을 단속하며 금욕적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일부 농민들은 그를 신에 준하는 존재로 여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라찬다는 올해 초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지만, 국제 역학관계 등을 고려해 제도권 진출과 다당제 수용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단 공화정부를 세운 다음 사회주의혁명을 추구해 “21세기의 가장 성공적인 혁명”을 이루면 20억명이 넘게 사는 이웃 인도와 중국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그의 포부다.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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