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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12 18:27 수정 : 2006.12.12 18:47

러시아 스킨헤드는 외국인에 대한 극도의 증오로 무차별 폭행은 물론 살인까지 저질러 외국인들을 두려움에 떨게하고 있다. 10대 후반~20대 중반의 백인 무직자가 대부분으로, 전국에 약 5~6만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러 스킨헤드 다시 사회문제로...정부도 대책 부심
백인 무직자 5만~6만명...올해만 43명 살해
“모든 외국인 러시아 안 떠나면 죽음” 협박도

‘빡빡머리와 검은 가죽 점퍼, 군화’

러시아에서 ‘스킨헤드’(극단적 민족주의 인종차별자)들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일 각료회의에서 “극단주의 형태인 인종간 갈등으로 빚어지는 범죄행위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또 내무장관에게 극단주의 예방 및 퇴치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임무를 맡기고, 언론의 역할도 강조했다.

올해만 러시아 스킨헤드들이 아시아·아프리카계 유학생 등 외국인을 공격해, 43명이 죽고 386명이 다쳤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11일 보도했다. 10대 후반~20대 중반의 백인 무직자가 대부분인 이들은 전국에 약 5~6만명이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모든 극단주의가 그렇듯, 러시아 스킨헤드도 사회의 혼란과 불만에 기생하고 있다. 이들의 준동은 1991년 말 소련이 붕괴하면서 본격화했다. 사회주의 대제국의 해체와 자본주의 전환에 따른 혼란이 ‘네오 나치즘’과 만나 순수 러시아혈통을 우월시하면서 불붙은 것이다. 이들이 히틀러의 생일(4월20일)과 사망일(4월30일), 러시아 2차대전 전승기념일(5월9일) 즈음에 가장 많이 설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4월에만 9명이 이들에게 살해됐다.

강봉구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연구교수(러시아 정치학)는 “느슨하지만 이데올로기적·민족적·문화적으로 국민통합의 역할을 했던 소련체제가 무너진 뒤 국가적·개인적 정체성 혼란을 겪으면서 극우 민족주의가 힘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소련의 영광을 복원하자’는 주장이 여기에 닿아 있다.

급속한 자본주의화와 맞물린 빈부격차 확대도 스킨헤드를 부추기고 있다. 10월 모스크바에서는 ‘백만장자 박람회’가 열렸다. 하지만 러시아 인구의 약 20%가 빈곤선 이하에서 허덕이고 있다. 스킨헤드의 활동 범위도 각 지역의 개방과 맞물려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블라디보스토크로 전국화하고 있다.

빈부격차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다시 외국인에 대한 증오로 이어지고 있다. ‘영토도 넓고 자원도 많고 우리식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외국인들이 우리의 과실을 빼앗아간다’는 식의 증오이다. 4월 외국 공관과 기업에 “모든 외국인은 러시아를 떠나지 않으면 죽음을 맞을 것이다”고 협박 이메일을 보낸 데서도 이런 의식이 읽힌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보안이 잘된 지역에 사는 외국인 기업가들은 이들의 사정권에서 벗어나 있다. 반면, 유학생이나 자영업자 등 평범한 사람들이 주 타격대상이 되고 있다.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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