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21 18:16
수정 : 2006.12.22 00:18
|
투르크메니스탄
|
심장마비로…후계자 없어 권력 소용돌이
중앙아시아 투르크메니스탄을 21년째 철권통치한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66) 대통령이 21일 갑자기 숨졌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이 나라 국영 텔레비전은 이날 “대통령이 오늘 새벽 1시10분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밝히고, 국기를 배경으로 검은 테두리를 두른 니야조프 대통령의 초상화를 내보냈다. 니야조프 대통령은 1997년 독일에서 심장수술을 받았으며, 지난달에는 심장병으로 일주일에 세 번 약을 먹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 85년부터 이 나라를 통치했으며, ‘투르크멘의 아버지’로 자칭하면서 철권통치를 해 왔다. 야당과 언론자유를 인정하지 않았고, 99년에는 종신 대통령이 됐다. 또 자신과 가족의 이름을 따 달과 날의 이름을 붙이고, 개인숭배에 집착해 화폐와 양탄자, 보드카에까지 자신의 형상을 담도록 했다. 2002년에는 자신의 암살을 시도했다는 혐의로 전직 장관을 텔레비전 공개재판에 세운 뒤, 사형을 집행하기도 했다.
이런 철권통치자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91년 소련 해체 뒤 독립한 인구 500만명의 무슬림 국가 투르크메니스탄은 큰 혼란에 빠졌다. 니야조프 대통령이 장기통치하면서 큰 변화를 겪지 않았고, 뚜렷한 후계자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료는 “우리는 모두 충격에 빠졌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에 밝혔다. 이날 정부 소유 신문사 23곳도 신문을 발행되지 않았고 신년맞이 축하행사도 모두 취소됐다.
투르크메니스탄 정부는 24일 장례식에 이어, 이 나라 최고 대표자 모임인 ‘국민협의회’ 회의를 26일 소집하고 후계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망명한 활동가들은 귀국한 뒤 야당을 조직하겠다고 밝혔다. 후계자가 선출될 때까지는 쿠르반굴리 베르디무흐 아메도프 부총리가 대통령 직무대행직을 맡는다.
이런 가운데 투르크메니스탄이 천연가스 등 세계적 자원 부국인데다 이란 및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러시아·중국·미국 등도 정국 전개를 주시하고 있다. <아에프페>는 “니야조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죽음이 투르크메니스탄 자원을 확보하려는 세계경쟁을 더 치열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