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27 18:48
수정 : 2006.12.28 00:47
강진,해저케이블 강타
인터넷·국제전화도 혼란
대만 지진이 한국·중국·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나라들에 강력한 ‘통신 장애’ 여진을 일으키고 있다. 26일 대만 남부 해안을 강타한 지진으로 이 지역에 깔린 해저 통신케이블 7개망 가운데 최소한 2개망이 크게 손상당했다. 이 피해로 외국에 전산서버를 둔 한국의 외국계 은행 전산망이 마비되고, 한국 재외공관 25곳의 영사 업무가 대부분 중단되는 등 큰 혼란이 벌어졌다. 중국·홍콩·일본도 인터넷과 통신 장애로 큰 불편을 겪었다.
정보통신부는 27일 이번 지진으로 한국~대만 전용 92회선의 서비스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회선을 이용해 온 외환은행, 국민은행, 메트라이프 등 금융기관과 외교통상부, 로이터, 포스데이터 등 27곳이 통신망 장애를 겪었다. 한국과 대만 간의 국제전화 통화율은 평상시의 60%로 떨어졌으며, 홍콩,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14개국과의 통신도 어려움을 겪었다. 케이티(KT)는 케이블 재가설을 통한 복구에 2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씨티은행의 경우 이날 오전 10시50분쯤부터 창구와 현금자동지급기, 인터넷뱅킹 서비스가 중단됐다가 저녁 늦게야 부분적으로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전산망이 마비되자 은행 쪽은 임시방편으로 이용자들이 우체국 창구를 통해 예·출금 등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조처를 취했다. 에이치에스비시(HSBC) 서울지점도 이날 오전부터 홈페이지에 접속이 되지 않는 등 정상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또 금융정보를 제공하는 로이터의 단말기도 장애를 일으켜 은행 딜러들이 외환거래에 차질을 빚었다. 중국과 동남아 쪽 한국 공관 25곳의 영사업무도 큰 차질을 빚었다. 행정전화와 전자 영사민원 서비스, 홈페이지 등의 운영이 중단됐다. 재외공관 행정서비스가 중단된 나라는 싱가포르, 남아공, 필리핀, 말레이시아, 오스트레일리아, 타이, 중국, 인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카자흐, 대만, 이집트, 파키스탄, 베트남, 뉴질랜드, 홍콩 등이다. 외교부는 “피해가 커 필리핀·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일부 국가 주재 공관과는 전화와 팩스 교신도 잘 안 되고 있다”며 회선 복구 때까지 민원신청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대만 최대 통신업체인 중화텔레콤은 대만 국제전화 용량의 50~60%가 훼손됐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대만~미국 사이 국제전화는 60% 손상됐으며, 말레이시아·싱가포르·타이·홍콩과는 98%가 단절됐다.
중국에서도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거나 접속이 상당히 늦어졌다고 중국 2대 통신회사인 중국통신 관계자가 밝혔다. 일본 통신회사 엔티티(NTT)도 전화 1400회선과 국제통신 84회선이 지진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각국은 해저 케이블 긴급 복구에 나서는 한편, 위성통신 등 우회로 찾기에 나섰다. 그러나 손상된 해저 케이블을 수리하는 데 적어도 2~3주는 걸릴 전망이어서 각종 통신 서비스가 정상을 회복하기까지 적잖은 혼란이 예상된다.
지난 26일 저녁 대만 남부를 강타한 리히터 규모 6.7의 이번 강진으로 최소한 두 사람이 숨지고 42명이 다치는 등 피해가 났다. 이상수 박민희 최우성 기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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