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13 22:29
수정 : 2007.02.13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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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중국 베이징 조어대에서 6자 회담 폐막식이 끝난 뒤 열린 탕자쉬안 중국 국무위원 접견 행사 도중 천영우 한국 수석대표와 김계관 북한 수석대표가 웃으며 악수하자 옆에 있던 김하중 주중대사가 좀더 가까이 서라며 북쪽 김 대표를 살짝 밀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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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북핵 해결 로드맵 발판, 중동 전념 여유
중, 한반도 영향력 확인…일, 외교고립 자초
5차 6자 회담 3단계 회담은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처’라는 합의문을 내놨다. 분량은 애초 에이(A)4 용지 1쪽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3쪽 반에 이른다. 합의는 참가국들의 이해를 조정하고 접점을 찾은 타협의 산물이지만 각국의 손익계산이 저마다 다르다. 한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아 새로운 합의를 만들어내는 등 주도적인 역할이 돋보였지만 그에 못지않은 부담을 떠안게 됐다. 한국을 제외한 각국의 성적표를 내본다.
북한=예상보다 진전된 핵 폐기 조처에 합의하고, 대가로 최대 중유 100만t 상당의 경제와 에너지와 인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내실 있고 알찬’ 합의를 이뤘다. 핵실험을 통해 이미 핵무기 보유를 과시한 상황에서 노후시설인 영변 5㎿ 흑연감속로 등 핵시설을 폐기하는 대신, 에너지와 식량 등을 지원받아 다급한 경제난을 넘길 수 있는 수확이라 할 만하다. 이번 합의는 부시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 전환의 결과이지만 북한은 내부적으로 그런 전환을 가져온 것은 북한의 핵실험이었다는 식으로 북한 외교의 승리라며 내부 체제 결속의 논리로 선전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북-미 관계 정상화의 워킹그룹에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 등을 논의하게 된 것은 분명 성과다. 그러나 이제 출발점에 서 있을 뿐이며, 이 모든 것은 북한이 핵폐기와 관련해 어떤 조처를 취하느냐에 달렸다.
미국=한반도 비핵화의 기초를 다시 다지면서 전세계적인 핵확산을 막을 수 있게 됐다. 이라크전 혼란으로 사방에서 공격을 받고 있는 부시 행정부는 오랜만에 내세울 만한 성과를 얻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를 계기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준 미국은 베를린 북-미 양자 협의로 북한과의 대결 자세를 버리고 핵시설 폐쇄 약속을 이끌어냈다. 이라크 전쟁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은 이번 성과로 북핵 문제를 관리하면서, 중동문제에 전념할 여유를 마련했다. 당분간 딕 체니 부통령 등 강경파를 제치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 협상파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회담 전 과정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외교적 위상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중국에도 절박한 문제인 북한 핵문제 해결의 기반을 마련해 중국이 중시하는 동북아 안정 구도와 ‘지속 가능한 안정적 경제성장’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 ‘한반도 비핵화 실무그룹’ 의장국을 맡아 북한 비핵화 조처에 실무논의를 주도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할 틀도 마련했다.
일본·러시아=일본은 납치 문제에 대한 진전이 없으면 대북 지원에 나설 수 없다는 강경 자세를 고수해 국내적으로 성과를 거뒀지만, 그만큼 외교 고립을 자초했다. 러시아는 에너지 지원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며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워킹그룹의 의장국을 맡아 발언권을 확보했다. 연합뉴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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