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13 23:25
수정 : 2007.02.13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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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중국 베이징 조어대에서 열린 6자 회담 폐막회의에 앞서 참가국 수석대표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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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영우 본부장 “대어 낚았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새 국면 기대
6자 회담 5차 3단계 회의가 한반도 비핵화로 가는 길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제 북한 핵문제는 말에서 행동 단계로 접어들었다. 2006년 10월9일 북한의 핵실험 이래 넉 달 나흘 만에 핵 위기의 시계를 되돌려 놓는 조처에 합의한 셈이다.
북한은 지난해 10월3일 ‘핵시험’ 계획을 발표한 성명에서 자신의 최종 목표가 북한만의 일방적인 비핵화가 아니라 ‘조-미 적대관계의 청산과 한반도 그 주변에서 모든 핵을 제거하는 비핵화’임을 분명히 했다. 이번 합의는 북한이 스스로 밝혔듯이 완전한 핵 포기와 미국의 전면적 대북 관계 개선 및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출발점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6자 회담이 이번 합의에 이르게 된 데는 북-미가 지난달 베를린 합의에서 미국의 정책이 북한의 붕괴 전략이 아니라 북핵 폐기라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걸 확인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제 한반도 비핵화를 모멘텀으로 북-일, 북-미 남북관계의 동시 진전이라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새 국면이 기대된다.
이번 합의는 애초에 설정했던 ‘최소 목표’를 넘어서는 것이다. 앞서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번 회담의 합의가 초기단계 이행조처에 합의하는 최소 목표가 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송 장관은 합의문이 짧을 것이며 매우 단순할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최소 목표란 제네바 합의의 동결을 넘어선 핵시설 ‘폐쇄’에 대한 초기단계 이행조처로 이해돼 왔다.
그럼에도 송 장관은 9·19 공동성명 합의가 한반도 비핵화의 1막이었다면 이런 최소 목표인 초기단계 조처만으로도 한반도 비핵화는 ‘2막 1장’에 들어서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말 대 말이 1막이라면 초기단계 조처이지만 행동 대 행동은 막을 달리하는 것이며 ‘새로운 단계’로 부를 만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합의가 ‘폐쇄·봉인’을 넘어서 신고와 핵시설 불능화라는 핵 폐기 전까지에 대한 북한의 의무를 명기하고 있는 건 의외다. 3막을 한반도 비핵화의 완성이라고 한다면 이번 합의는 핵시설의 해체와 핵프로그램의 포기 직전까지의 합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즉 60일 안에 이뤄질 최소 목표라는 2막 1장에 그치지 않고 ‘2막 전체의 시나리오’라는 예상외의 합의에 이른 것이다. 천영우 본부장은 이를 ‘대어를 낚았다’고 표현했다. 6자 회담에 관여하는 한국의 한 고위 당국자는 이번 합의는 “최소 목표에서 더 나아간 것이며, 핵 폐기까지 진전시킨다는 목표를 초과달성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어떻게 목표의 초과달성이 가능했는가에 대해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이른바 핵폐기 단계를 진전시켜 감에 따라 다른 5개국의 에너지·경제지원이 분명하게 제공되는 ‘성과급 제도’를 요인으로 꼽았다. 북한이 폐쇄·봉인 이상의 조처를 취할 수 있는 보상을 명백히 제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좀더 본질적으로 본다면 지난달 16~18일의 베를린 북-미 양자 협의라는 굳건한 토대가 북한의 태도변화를 가져왔다고 봐야 할 것이다. 13일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번 최종 합의문은 북-미 베를린 합의 내용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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