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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인도양 진출 주요 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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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리랑카와 항구 재개발 합의로 진출 본격화
인도, ‘중국 군함 출몰’ 경계…미국도 스리랑카 접근
중국의 인도양 항구 획득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인도-중국 세 나라의 인도양을 둘러싼 패권 다툼도 거세지고 있다.
파키스탄의 과다르항, 미얀마의 시트웨이(아키야브)항 개발을 추진해온 중국은 최근 스리랑카와 함반토타 항구 재개발에 합의했다고 인도의 전략 연구소인 ‘남아시아 분석그룹(SAAG)’ 보고서가 최근 밝혔다.
인도 전 정무장관 B. 라만이 쓴 이 보고서는, 2월26일부터 3월4일까지 7일간 중국을 방문했던 마힌다 라자파크세 스리랑카 대통령이 3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 때 함반토타 항구 개발에 중국이 참여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과다르, 함반토타, 시트웨이: 중국의 남아시아 전략 삼각지대’란 제목의 이 보고서는 “중국이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오는 석유·가스 수송로의 안보를 위해 2002년부터 이 지역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 앞마당 오성홍기 출몰 우려=보고는 “이전에는 ‘고기잡이 포구’에 지나지 않던 과다르, 시트웨이, 함반토타 등 세 항구가 인도양 해상 안보의 초점으로 떠오른 건 중국 덕분”이라고 꼬집었다. 중국은 이들을 중동·아프리카~남중국해 사이 석유 수송로 방어기지로 사용하는 한편, “중국 해군의 연료 급유 기지와 감청기지로도 이용할 것”으로 보고는 내다봤다. 보고는 라자파크세 대통령의 방중을 수행했던 프리야타 반두 위크라마 스리랑카 해운청 부청장의 말을 따, “함반토타 항구의 재건 비용 4억2000만달러(약 4200억원) 가운데 중국이 3억7500만달러(약 3750억원)를 부담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스리랑카 항구 개발에 가장 민감한 나라는 인도다. 2차대전 때 개발된 스리랑카 동중부 트린코말리항 재건에 참여하고 있는 인도는, 이 항구가 함반토타항보다 전략적 중요성이 높다고 애써 위안하고 있지만, 내심 “오성홍기를 단 중국 군함의 인도양 출몰”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
인도양 패권 각축 새 국면=중국 뿐 아니라 미국도 최근 스리랑카와 ‘물자·서비스 상호 제공 협정’(Acquisition and Cross-Servicing Agreement,ACSA)을 맺었다. 인도 <힌두타임스>는 14일 평화 유지, 인도주의 협력, 유엔군 연습 후방지원, 연료 보급 등의 ‘서비스’ 제공을 규정하고 있는 이 협정이 “사실상의 군사협정이며 미국은 인도양에 기지 하나를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스리랑카 접근은 인도와 중국을 동시에 견제하는 카드로 풀이된다.
중국과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인도양 패권을 둘러싼 이 지역 국가들의 합종연횡을 촉진하고 있다. 중국은 8~12일 인도양 파키스탄 영해에서 진행된 다국적 연합 해상구조 훈련에 해군 호위함 ‘롄윈강호’를 보내 중국 해군사상 처음으로 다국적 군함의 해상 수색작전을 지휘했다.
전지구 컨테이너 화물의 절반, 일반 화물의 3분의 1, 석유 물동량의 3분의 2가 통과하는 인도양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각축은 스리랑카에 대한 중국-미국의 진출 경쟁을 계기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상수 기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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