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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12 21:02 수정 : 2007.04.12 21:32

지난 2월 초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홍수가 덮쳐 수천 채의 집을 쓸어버리자, 주민들이 간신히 빠져나가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불러온 기상이변으로 세계적으로 피해가 늘고 있다. 자카르타/AP 연합

지구온난화 최대 피해국...바다물 넘쳐 농사 불가능
우기엔 홍수, 건기엔 가뭄...기후난민도 난민 인정 주장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를 출발해 남서쪽으로 11시간쯤 가면 국토의 맨 끝자락에 문시간즈라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강 건너편을 바라보면 울창한 숲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멩그로브 정글이다.

문시간즈 마을에서 만난 60대 노인 조후라는 “모든 것이 변했어요. 전에는 마당마다 맑은 우물이 있었는데 그 물에 소금기가 배어 이제는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됐어요”라며 “식수를 구하러 멀리 시장까지 걸어가거나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할 지경이에요” 라고 말했다.

1988년의 해일 피해가 문제의 시작이었다. 계절풍의 영향으로 큰 파도가 밀려오면서 해수면이 현저히 상승했고, 그 때마다 둑이 무너지거나 바다물이 넘치게 됐다. 조후라의 남편 마난은 “해마다 둑을 몇 cm씩 높이 쌓아 올려야 하는 실정이지”라고 설명했다. 마난은 “내가 젊었을 때는 이곳에 논과 소떼들 밖에 없었지. 그때는 정말 좋았어. 그런데 88년, 해일이 있은 뒤부터 땅이 소금기를 먹기 시작했단 말이야. 그래서 다들 농사는 그만두고 새우 양식을 하게 됐지”라고 말했다. 다른 노인은 “새우 양식업자들은 벼농사를 할 때보다 사람을 덜 쓴다고. 그래서 일거리가 아예 없어져버린 거야”라고 말했다. 하지만 건기에는 강줄기가 바짝 마르는 기현상이 생긴다. 불안정한 기후 순환의 원인은 기후온난화 현상이다.

프랑스의 4분의 1보다 조금 큰 땅덩어리에 1억4천만명이 넘는 인구가 북적대는 방글라데시는 지구 온난화의 피해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구가 이뤄지는 나라다. 유엔산하 기후변화 정부간협의체(IPCC) 보고서를 보면, 방글라데시에서 해수면이 45cm 상승하면, 국토의 10.9%가 유실되고 550만명의 이주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히말라야에서 녹아내리기 시작한 빙하가 집중호우 시기에 빠르게 불어나는 강물과 만나 범람하고, 해수면의 상승이 강줄기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다. 이 때문에 티벳이나 인도, 네팔 등의 강물이 갠지즈강 등으로 흘러들어 집중호우 때 가뜩이나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방글라데시는 해마다 홍수 피해가 늘고 있다. 또 집중호우 기간이 지나면 높은 기온으로 북서부 지방에는 오히려 가뭄이 발생한다.

생계를 위해 문시간즈 마을을 떠나는 것을 빼면, 멩그로브 정글이 임시방편이 되기도 한다. 새우 양식장에서 일자리를 얻지 못한 사람들이 어부나 사냥꾼으로 정글을 뒤지며 야생 꿀이나 나무를 구한다. 하지만 멩그로브 정글도 공기와 물의 온도 상승, 해수면 상승, 소금기 증가가 진행되고 있다.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정글을 마구 파헤치고 있다. 거목들과 몇몇 종류의 식물, 일부 짐승들이 사라지는 게 증거다.

방글라데시
새우 양식장 또는 멩그로브 정글에서 일거리를 찾지 못한 대다수 주민들은 이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다. 두 아이의 아빠인 25살 하미드 모하메드 압둘은 생계수단을 잃고 1년 전부터 도시로 나가 삼륜 자전차인 릭샤를 운전한다. 농부였던 그는 “이보다 힘든 일은 없을 거예요. 일거리를 구하러 여기 오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죠”라며 신세한탄을 했다.

유엔 보고서는 방글라데시에서 기후재난은 계속 될 것이며, 이에 따른 인구 대이동을 대비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농촌 주민이 도시로 대거 이주해오면 모두 수용할 수가 없다. 도시도 2004년처럼 대홍수가 나기 쉬워 안심할 수 없다.


이주 전문가이자 지질학자인 마우드 엘라히는 “충분한 여유 영토를 갖고 있는 국가는 이제 기존의 이주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며 “전 세계적 문제인 기후온난화 대처는 유엔 난민고등판무관(UNHCR)과 같은 국제기구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고등연구센터 아티크 라만 교수는 “각 나라마다 과거나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난민 수를 결정하는 이른바 기후난민 쿼터제를 실시해야 한다”며 제네바 협약에 명시된 난민의 지위를 기후난민까지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도나티앙 가르니에/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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