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부대장을 막후에서 움직인 게 자유주의역사사관연구회(회장 후지오카 노부카쓰 타쿠쇼쿠대학 교수)다. 1995년 ‘자학사관으로부터 탈피’를 목표로 내세우며 결성한 이 모임은 난징대학살 희생자 축소와 일본군 위안부 기술 삭제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2005년 중학교 교과서에서 ‘위안부’ 기술이 사라지자 이 모임은 그해 4월 3탄으로 ‘오키나와 프로젝트’를 띄웠다. 5월엔 집단자살이 일어난 오키나와섬에 들어가 증언 청취를 하는가 하면 긴급집회를 열어 교과서에서 관련 기술 삭제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후지오카 대표는 2005년 모임 기관지인 <역사교육> 7월호에서 “이번 여름 군 명령에 관한 관계자를 근거없이 비방해온 일군의 저자에게 잘못을 인정하게 하는 행동을 일으킬 준비도 하고 있다”며 소송을 예고했다. 실제로 2005년 8월 옛 일본군 부대장의 명예훼손소송이 제기됐다.
그렇다면 이들은 집단자결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 원고쪽은 재판정에 제출한 자료에서 “집단자결이라는 도카시키마을의 처참한 역사는 명령에 의해 강제된 것이 아니라 사랑에 의해 선택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오하마 도시오 오키나와현 교직원노조 위원장은 “군의 명령이 없었다고 하면 오키나와 현민은 당시 자신들의 의사로 일본군의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죽음을 선택했다는 순국미담이 된다”고 우려했다. 이들 역사 수정주의자들의 움직임은 아베 총리 등 현 집권 세력의 생각을 대변해 움직이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이번 교과서 검정 결과는 오키나와 주민학살이나 아시아에서 저지른 잔학 행위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자학’이라는 아베 총리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야마구치 데쓰야 류큐대학교수(교육사회학)도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강제연행의 증거가 없다고 주장한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이 집단자결 문제에서도 그대로 엿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오히려 학살한 오키나와전의 진실이나 위안부 문제, 난징학살 같은 잔학한 사건은 군대를 보유하려는 아베 총리에게 좋지 않은 기억, 지우고 싶은 기억일 것”이라고 꼬집었다.나하/김도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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