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앞서 IHT.WSJ 회견…중·미와 균형적 우호관계 유지
오는 18일 역사적인 미국 방문을 앞둔 응웬 밍 찌엣 베트남 주석은 "인권문제는 각 나라마다 그 기준이 다르고 각국은 나름대로의 특수상황이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비판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베트남 주석으로는 1975년 베트남전쟁이 끝난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찌엣 주석은 13일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등과 가진 인터뷰에서 "오랜 전쟁을 겪은 베트남은 진정한 인권과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더 잘 알고 있으며 우리는 인간의 기본권을 사랑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실증법을 어긴 사람들에 대해서는 처벌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각 주마다 사형제도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듯이 다른 나라들도 그 나름대로의 고유한 법과 질서가 있다"고 지적하고 "이 법을 자기의 입장에서 판단해 비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최근 베트남이 응웬 반 리 신부를 비롯한 반체제인사들을 연쇄적으로 체포해 구속한데 대해 '인권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이번 찌엣 주석의 미국 방문기간 정상회담 등을 통해 이 문제를 거론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최근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베트남 반체제인사 4명을 백악관으로 불러 인권문제를 논의했으며 일각에서 제기된 찌엣 주석의 미국 방문을 취소시켜야 한다는 주장 때문에 당초 이달 중순으로 예상했던 방문 일정이 늦어지기도 했다.
베트남은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반체제인사 구속을 비난하자 지난 10일 7년형을 받고 복역중이던 반체제 언론인 응웬 부 빙을 사면형태로 석방해 주기도 했다.
찌엣 주석은 이날 인터뷰에서 "이번 방문에서는 부시 대통령은 물론 의회 관계자들과도 만나 베트남과 미국간 경제교류를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협의하겠으며 특히 미국이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베트남의 교역량은 지난 2001년 15억달러에서 지난해는 102억달러로 6배 이상 급격히 늘어났다. 그는 또 중국과 미국 중 어느 쪽과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뒤 이번에 미국을 방문하듯이 양국간 균형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찌엣 주석은 오는 18일 뉴욕에 도착함으로써 역사적인 미국방문을 시작해 22일 워싱턴에서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지며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귀국할 예정이다. 권쾌현 특파원 khkwon@yna.co.kr (하노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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