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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반환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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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반환10년 (중) 아시아의 진주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다음날인 1997년 7월2일 타이 증시가 폭락했다. 아시아 금융위기의 시작이었다. 홍콩 증시도 재앙을 피할 수 없었다. 항셍지수는 얼마 뒤 18000에서 6000으로 곤두박질쳤다. 부동산 가격은 최고 70%까지 폭락했다. 홍콩 경제는 99년까지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 빠졌다.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기 직전 ‘홍콩의 죽음’을 점쳤던 이들의 예측이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홍콩은 아시아 금융의 진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해 홍콩 증시의 시가총액은 1조7150억달러로 세계 6위에 올랐다. 10년 전 4000억달러에서 4배 이상 늘어났다. 공모자금 규모도 430억달러로 런던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를 달리고 있다. 2005~6년 전세계 상장규모 상위 5개사 가운데 3개사가 홍콩 증시를 거쳤다. 홍콩 경제는 2004년 4.7%, 2005년 7.0%, 2006년 6.5%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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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증권거래소(HKE) 직원들이 14일 주식시세를 표시하는 거대한 전광판 앞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홍콩 증시는 지난해 공모자금 규모에서 뉴욕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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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기업 상장 급증 발판 홍콩증시 ‘화려한 부활’
관광객도 본토인 절반 넘어 ‘인민폐의 힘’ 넘실 홍콩의 부활은 중국의 급속한 성장에 힘입은 바 크다. 궈궈촨 홍콩 재정사 경제고문은 “홍콩에 좋은 게 중국에도 좋고, 중국에 좋은 게 홍콩에도 좋은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1997년 6월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은 83곳에 불과했지만 2007년 5월엔 373곳으로 늘어났다.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은 홍콩 증시의 절반을 차지한다. 2006년에는 중국 기업의 홍콩 증시 상장이 절정을 맞았다. 공상은행과 중국은행을 비롯한 초대형 기업들이 잇따라 홍콩에서 주식을 공개했다. 침샤추이와 몽콕 등 홍콩의 유명 관광지와 쇼핑가는 늘 중국인들로 북적인다. 중국이 2003년 도시 주민들의 홍콩 개인관광을 허용하면서부터다. 1997년 홍콩을 방문한 중국인은 236만명에 그쳤으나, 2006년엔 1360만명으로 4.7배나 늘었다. 지난해 홍콩을 찾은 전체 관광객의 55%가 중국에서 왔다. 홍콩 시내 대형 상가나 호텔에선 중국 인민폐가 자유롭게 유통된다. 주요 거리마다 인민폐를 홍콩달러로 바꿔주는 소규모 환전소가 성업 중이다. 중국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면서 홍콩 경제의 주변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상하이와 선전 금융시장의 급속한 발전이 홍콩의 금융중심 입지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홍콩의 물류중심 기능은 이미 상당 부분 상하이와 선전에 넘어갔다. 홍콩은 한때 남중국 무역거래량의 80%를 처리했지만 이제는 그 비율이 50%로 줄었다. 중국이 홍콩을 견제하려고 은근히 상하이를 밀어주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그러나 금융 전문가들은 홍콩의 경쟁력이 여전히 높다고 진단한다. 자유경제 체제나 개방적 환경은 중국의 다른 도시가 따라올 수 없는 홍콩만의 장점이라는 것이다. 대우증권 홍콩법인 김종선 법인장은 “금융 체계와 인력·법률·조세 등 모든 면에서 홍콩이 상하이를 앞선다”며 “금융시장에선 표준화된 거래가 중요한데, 상하이는 아직 이런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시티은행 조 로 부행장도 “홍콩은 앞으로도 금융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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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경제성장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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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인력 뒤섞이며 통합 가속
한때 홍콩 공동화 우려도 홍콩 기업들은 대륙으로 대륙으로 떠난다. 중국 기업과 사람이 홍콩으로, 홍콩 자본과 기술이 중국으로 교차하면서 경제적 통합이 진전되고 있다. 홍콩의 제조업은 대부분 인근 중국 도시로 넘어갔다. 선전과 주하이, 광저우를 잇는 이른바 주강삼각주에서 홍콩인이 운영하는 기업은 6만여곳에 이른다. 이 지역 전체 외국인 투자기업의 70%를 차지한다. 주강삼각주가 사실상 홍콩 자본으로 굴러가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지역에서 홍콩 기업이 고용한 인원은 1100만명으로 추산된다. 홍콩은 해마다 200억달러 정도를 중국에 투자한다. 홍콩에 살면서 선전으로 출퇴근하는 기업가들도 적지 않다. 홍콩 제지기업인 안싱집단의 중국법인을 총괄하는 타오멘둥 이사는 “홍콩과 중국은 한집안 식구”라며 “홍콩이 차이나 브랜드를 쓰게 되면서 서로가 득을 보는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선전과 광저우에서 쇼핑이나 오락을 즐기는 홍콩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선전의 주요 골프장은 주말마다 홍콩인들로 북적인다. 바닷길을 통해 홍콩에서 선전의 골프장으로 직행하는 페리도 뜨고 있다. 박종식 광저우 무역관장은 “값싼 물건을 사려는 홍콩 사람들은 선전을 찾고, 고급 제품을 선호하는 선전 부자들은 홍콩을 찾는다”며 “한국으로 치면 홍콩은 강남, 선전은 강북이라는 우스개도 있다”고 말했다. 홍콩 기업의 대륙 진출이 가속화하면서 홍콩의 산업공동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궈궈촨 홍콩 재정사 경제고문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의 발전이 가속화하면서 홍콩의 돈과 공장이 대륙으로 이동했다”며 “홍콩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산업공동화를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콩은 이후 금융서비스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재편했다. 홍콩/유강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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