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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20 18:33 수정 : 2007.06.20 20:20

홍콩반환10년

홍콩반환10년 (하) 중국화인가, 홍콩화인가

밤에 구룡반도에서 홍콩 쪽을 바라보면 다이아몬드처럼 환하게 반짝이는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중국은행이다. 하늘을 향해 날카롭게 솟은 이 건물은 건물 하나를 사이에 두고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마주보고 있다. 영국과 홍콩 자본에 도전하는 중국 자본의 패기를 상징하는 듯하다. 홍콩 사람들은 흔히 두 건물을 창과 방패에 비유한다.

홍콩은 요즘 거센 중국화의 물결에 휩쓸리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영어보다 푸퉁화(중국 표준어)를 배우려 애쓴다. 서점엔 중국의 베스트셀러가 본토와 거의 동시에 깔린다. 〈논어심득〉 〈형제〉 같은 책은 홍콩에서도 인기다. 텔레비전에선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을 비롯해 중국의 모든 채널을 쏟아낸다.

푸퉁화 열기는 상업적 동기에 의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중국 기업들과의 협상이나 거래가 늘어나면서 홍콩 사업가들 사이에선 푸퉁화가 비즈니스 언어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홍콩 정부는 반환 이후 각급 학교에 푸퉁화 교과를 개설하고, 초중교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푸퉁화를 가르치는 학원도 곳곳에서 성업 중이다.

14일 홍콩 시내 서점 진열대에 중국 대륙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논어심득> <형제>가 전시돼 있다. 중국의 소설이나 잡지는 거의 동시에 홍콩 서점가에 깔린다.

사업가 필수언어 자리잡아…학원·서점·방송 ‘본토 열기’
홍콩남-중국녀 결혼 부쩍…불법체류·환경오염 부작용도

반면, 영어는 눈에 띄게 퇴조하고 있다. 스위스계 자산운용사인 에스지에스애셋매니지먼트의 예영호 홍콩대표는 “반환 이후 학교에서 영어 수업이 줄어들어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젊은이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택시운전사들 가운데서도 영어를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홍콩 고교대입시험(HKCEE)의 중국어 과목에서 에이(A) 평점을 받은 학생은 1997년 2.7%에서 2006년 3.4%로 늘어났으나, 영어 과목의 에이 평점은 같은 기간에 0.8%에서 0.7%로 줄었다.

그렇지만 홍콩의 문화와 사고방식이 인근 도시로 퍼져가는 현상도 목격된다. 홍콩 인구통계국 조사를 보면, 지난해 50만명에 가까운 홍콩인들이 중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선전이나 광저우에선 인간관계보다는 합리성을 중시하는 홍콩식 사업 관행이 번지고 있다. 운전대가 오른쪽에 붙은 홍콩식 차량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신환섭 홍콩무역관장은 “최근 홍콩 여성들 사이에서 결혼을 기피하는 풍조가 퍼지면서 중국 여성을 신부로 맞아들이는 홍콩 남성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급속한 중국화에 대한 홍콩인들의 반발도 고개를 들고 있다. 홍콩 정부는 지난해 말 빅토리아항 퀸즈피어를 해체해 이전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홍콩인들 사이에 퀸즈피어를 지키자는 운동이 일어났다. 퀸즈피어는 10년 전 찰스 왕세자가 홍콩을 중국에 넘겨주고 왕실 전용 요트를 타고 떠났던 곳으로, 영국의 홍콩 지배를 상징하는 곳이다. 최근엔 중국인 불법체류자들이 늘어나면서 홍콩인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지난 2월 웡타이신 경찰서는 3명의 장애어린이를 버리고 달아난 혐의로 중국인 여행안내원을 체포하기도 했다.

홍콩 빈부격차 확대와 환경오염 악화

요즘 홍콩의 대기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주강삼각주 공업도시에서 날아오는 오염물질이 홍콩의 공기를 더럽히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철새가 날아들던 홍콩의 마이포 습지도 예전같지 않다. 홍콩 정부는 중국 쪽에 강력한 오염방지 대책을 주문하고 있지만, 오염물질을 뿜어내는 공장들이 대부분 홍콩 자본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중국의 홍콩화가 결국엔 홍콩의 중국화로 이어지는지도 모른다.


홍콩/글·사진 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빈부격차 심각 ‘외국인 노숙자’까지
최상위층 소득 최하위의 51.8배

홍콩 침샤추이나 센추럴, 코즈웨이베이 등에선 노숙자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빈부격차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확대된 탓이다. 이들 중에는 중국에서 넘어온 이들에게 집과 일자리를 뺏기고 추락한 이들이 적지 않다.

홍콩의 빈부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소득분배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0~1, 0에 가까울수록 균등)는 1996년 0.518에서 2006년 0.533으로 커졌다. 흔히 지니계수가 0.5를 넘게 되면 남미식 양극화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궈궈촨 홍콩 재정사 경제고문은 “현재 홍콩의 최대 문제는 빈부격차 심화”라고 말했다.

지난해 홍콩에선 소득 상위 10% 계층이 홍콩 전체 소득의 41.4%를 차지했다. 반면, 하위 10% 계층은 전체 소득의 0.8%를 점유하는 데 그쳤다. 최상위 계층의 소득이 최하위의 51.8배에 이르렀다. 1996년엔 소득 상위 10%가 41.8%, 하위 10%가 1.1%를 각각 차지했다. 홍콩인의 60%는 임대아파트에서 살아간다.

요즘엔 외국인 노숙자들도 이따금 눈에 띈다. 페리호 선착장 근처에서 구걸을 하는 외국인들도 있다. 예전에 외국인들이 많이 살던 고급 아파트단지에도 빈 집이 적지 않다. 중국인들이 들어오면서 외국인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에스지에스애셋매니지먼트 예영호 홍콩 대표는 “반환 이전 홍콩의 기업이나 공장엔 많은 외국인들이 있었으나, 이제는 그 자리를 중국인들이 대신하고 있다”며 “최근엔 금융시장에서도 중국인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유강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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