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7.11 21:44
수정 : 2007.07.11 23:19
전자·무역 의존 벗고 2분기 12.8% 껑충
밀려드는 다국적 금융사들 ‘빌딩 건설붐’이 견인차
싱가포르 정부는 9일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에 견줘 12.8%(연율 기준)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2분기에 비해서는 8.2% 성장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육박해 선진국 대열에 오른 싱가포르의 성장세는 비슷한 경제 수준의 나라들이 성장률 3%를 달성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싱가포르의 2분기 성장률은 전문가들의 전분기 대비 예상치 7.6~7.8%를 5%포인트 가량 웃돈 것이다. 싱가포르 시티은행의 분석가 추아학빈은 고객들한테 보낸 보고서에서 이런 성장률은 “대단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애초 각종 기관들은 대들보 노릇을 해온 전자산업의 부진으로, 지난해 연간 7.9%라는 고성장을 기록한 싱가포르 경제가 올해 그다지 좋지 못할 것으로 점쳤다. 정부의 올해 성장률 예상치는 5~7%다.
높은 성장률을 이끈 주역은 건설업과 제약업이다. 1997년 이후 최고의 호황기에 접어든 건설업은 1분기에 17.9% 성장했다. 건설업 호황은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다국적 금융기관들이 쾌적한 생활 조건을 내세우며 투자를 유치하는 싱가포르에 몰려들어 고급 사무용 빌딩과 아파트 수요가 증가한 결과다. 금융허브의 위상에서 홍콩에 뒤지는 싱가포르는 갈수록 격차를 좁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앙은행인 싱가포르통화청은 지난해 말 344곳이던 은행·보험사·자산운용사가 현재 380곳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70억달러를 들여 짓는 카지노 두 곳도 건설 열기에 한몫을 했다.
전자산업 부진 속에서도 제약업을 중심으로 1분기에 제조업은 10.2% 성장했다. 투자와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서비스업도 7.0% 성장했다. 싱가포르 분석기관인 액션이코노믹스의 데이비드 코언은 “싱가포르는 (리볼버 권총) 탄창에 있는 총알을 모두 쏘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이 값싼 노동력을 공급하는 중국 등으로 빠져나가고, 수출 증가율이 1분기에 2.3%에 그치는 상황에서도 다른 부문들이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말이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는 최근 싱가포르가 금융업과 카지노산업 성장에 힘입어 앞으로 5년간 ‘황금시대’를 맞을 것이라고 호언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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