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9.28 18:34
수정 : 2007.09.28 18:34
군부 정권욕, 중국지원 등으로 민주화 ‘불투명’
미얀마에서 최근 들불처럼 일고 있는 반정부 시위가 45년간 이어온 군부통치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승려들이 이끄는 가두행진은 10만명의 인파가 참가한 가운데 28일 현재 11일째 계속되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잇단 경고에도 불구하고 군사정부는 무장한 군경을 동원, 강제진압에 나서 전날에 9명의 희생자를 내고야 말았다.
집회 및 시위가 철저히 통제되는 미얀마의 철권통치 하에서 대규모 가두시위가 벌어진 것은 1988년 민주화 운동 이후 처음이다.
88년 이후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이듬해 '철의 장막'이 걷히고 세계화의 흐름 속에 미얀마도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으로 가입, 국제사회에 발을 디뎠다. 인터넷은 더 이상 미얀마 군정이 정보를 통제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번 반정부 시위가 88년 민주화 운동과 달리 군정종식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미얀마 전문가들은 이를 불투명하게 보고 있다. 이들은 그 이유로 ▲군부의 정권욕 ▲중국의 지원 ▲시위대의 지도력 부재 ▲군(軍)의 결속력 등을 들고 있다.
우선 군부는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어떤 국제적 압력이나 비난에서도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속내에 전혀 변함이 없어 보인다.
워싱턴 대학의 미얀마 전문가인 메리 캘러헌은 최근 AP와 인터뷰를 통해 "군부는 강제진압에 나서지 않는 것이 나서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며 "군부의 최근 강경책은 군정에 대한 어떤 위협도 제압하겠다는 그들의 속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 정세 분석가들은 현 군부는 1988년에 3천여명의 희생자를 내면서도 정권을 유지한 경험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에도 정권에 도전하는 시위는 무자비한 탄압으로 맞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경제.군사적으로 강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미얀마 군부의 우방 중국도 그들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중국은 가스와 석유, 보석 등 천연자원에 눈독을 들이고 있을 뿐 아니라 미얀마를 통해 인도양으로 진출하려는 속셈이 있어 미얀마 군부를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시위를 이끌 "가시적인 지도자"가 없는 지도력 부재도 군부종식으로 이끌만한 추진력 부족의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는 12년째 가택연금 중이고 그가 이끌던 야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지도자 대부분이 구금상태이기 때문에 이번 시위에서 NLD는 주도적인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미얀마 전문가인 버틸 리너는 "승려들은 민중을 동원해 일어서게끔 할 수 있지만 이들을 정치적으로 이끌지 못한다"며 "승려들은 도덕적 입장에서 나설 수 있지만 그 이상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군부의 강한 결속력도 군정 유지의 강한 뒷받침이 되고 있다.
군인은 시위를 주도한 승려들과 마찬가지로 미얀마의 젊은이들이지만 이들은 병영 속에서 대중과 철저히 유리되어 있고 군부 지도자들의 '당근 정책'으로 주택과 의료혜택 등 일반 국민이 상상할 수 없는 특혜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태국 쭐라롱콘 대학의 미얀마 연구 학자인 차이야촉 줄시리옹은 "미얀마 군인은 자신들이 국가의 중심이라고 여기고 있다"며 "이들의 속성과 습성 측면에서 볼 때 승려나 민주화 운동가들이 군정을 뒤집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옥 특파원
sungok@yna.co.kr (방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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