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바리 유엔특사, 수치 여사 면담 예정
미얀마 군사정부가 유엔특사의 방문에 맞춰 옛 수도인 양곤 시내를 철저히 봉쇄하고 승려들을 감금해 10일 이상 이어오던 반정부 시위가 끊겼다고 외신들이 30일 전했다. 미얀마 군정은 반정부 시위의 중심지인 양곤에 77사단 등 기존 2개 사단 이외에 북동부의 파고시(市)에 주둔하고 있는 66사단을 증강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날 밤에도 수많은 병력이 양곤으로 향하는 것이 목격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아시아 외교관은 AP와 인터뷰를 통해 밤새 2만 명의 병력이 양곤 시내에 증강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보안군은 시민들에게 무력을 과시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반정부 시위를 벌일 공산은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양곤과 제2도시인 만달레이는 무장한 병력이 주요 길목마다 배치돼 있으며 상가는 거의 대부분 철시하고 도로는 행인마저 뜸한 실정이다. 두 도시의 불교사원 대부분은 군경이 문을 잠그고 사원 주변에 철조망을 두른 채 무장병력이 경비를 서 승려들이 거리로 진출하는 것을 사전에 봉쇄했다. 시위에 참가했었다는 한 젊은 여성은 AP와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승리할 가망이 거의 없어 보인다"면서 시위대에 용기를 주던 승려마저 감금상태라고 낙담했다.반정부 시위가 이처럼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은 유엔특사의 방문을 앞두고 군정이 양곤과 만달레이에 병력을 증강배치했을 뿐 아니라 시위 주동자에 대한 검거령, 승려들의 사원 내 감금으로 시위대의 가두 진출을 사전에 막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얀마 주재 한 외교관은 "그러나, 주민들의 분노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며 "시위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서 사태가 풀렸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얀마 전문가인 윈 민은 "가마솥에 뚜껑을 일시적으로 닫아놓은 것과 같다"며 시위대에 대한 총격, 군경의 사원 급습과 무자비한 승려 폭행 등으로 "주민 분노가 들끓고 있어 틈만 보이면 다시 일어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브라힘 감바리 특사는 전날 미얀마에 도착한 즉시 신행정수도인 네이피도로 향했으나 군부 최고 지도자 탄 쉐 장군과 2인자 마웅 아예 장군은 만나지 못했다. 유엔은 성명을 통해 감바리 특사는 이들 대신 총리서리, 외교차관, 정보문화부 장관 등만 면담했을 뿐이라며 그는 "미얀마를 떠나기 전에 탄 쉐 장군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은 감바리 특사가 이날 네이피도에서 양곤으로 돌아와 아웅산 수치 여사의 자택이 있는 대학로의 국영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고 있으며 이곳에서 수치 여사를 1시간 이상 면담했다고 밝혔으나 면담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전성옥 특파원 sungok@yna.co.kr (방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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