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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사정부가 봉쇄했던 사원이 일반 시민들에게 다시 개방된 4일 오전 양곤 쉐다곤 파고다의 황금탑 앞에서 사진사들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양곤/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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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항쟁’ 현장을 가다
20대 시민 “분노하지만 총든 군인들 무서워서”
무장군인·경찰 상주…잡혀간 승려들은 어디로?
3일 오전 양곤강에 가까운 께타티탑 근처 사원에서는 시민 몇십명이 20여m 높이의 큰 불상 둘레에 모여 예불을 올리고 있었다. 시민들은 묵묵히 저마다의 기도에 열중했다. 얼핏 보면 지난달 26일 밤 미얀마 군·경에 의해 수색당한 시설같지 않았다.
그러나 불상 주변에서는 마땅히 있어야 할 승려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입구에서 전투복을 입은 경찰 3명이 소총을 들고 앉아 드나드는 사람들을 훑어봤다. 불상 옆 공터에는 무장한 군인들이 트럭을 타고 대기하고 있었다. 무전기로 교신하는 군인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불당에 바로 붙어 있는 수도원 철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수색당한 날 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증언할 승려는 결국 찾을 수 없었다. 싯다르타의 머리카락이 모셔져 있는 성소라는 쉐다곤탑과 주변에서도 법의를 입은 승려들을 마주치기가 쉽지 않았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전날 밤 9시부터 새벽 5시까지 시행하던 통행금지 시간을 앞뒤로 한시간씩 줄였다. 통제의 고삐를 조금 늦춘 것이다. 그러나 끌려간 승려들은 일주일째 돌아오지 않고 있다. 큰 길 어디서나 목격되던 승려들 숫자는 크게 줄었고, 가끔 혼자서 걸음을 재촉하는 승려만 눈에 띌 뿐이다. 20~25살 사이의 젊은 승려들을 비롯해 지난주에 연행된 이들은 도심에서 좀 떨어진 짜이까산탑 근처의 대운동장 등에 임시 수용된 뒤 다른 구금시설로 이송 중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정확한 행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양곤 시민들은 불탑과 사찰, 수도원을 메우던 승려들의 상당수가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양곤의 승려들의 다수는 지방 출신이다. 정부와 가까운 불교계 지도부는 방송을 통해 승려들에게 귀가를 촉구한 데 이어 자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저항의 거점이 됐던 일부 수도원들에서는 인적이 끊긴 반면, 마양곤 지역의 사딘탁 수도원은 공양 의식을 진행하는 어린 수도승들로 활기가 넘쳤다. “이곳은 단속을 당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한 현지인은 “정부와 관련이 있는 시설”이라고 귀띔했다. 안내자를 자처한 젊은 승려는 “우리 수도원에서는 평소처럼 교육과 의식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께타티탑 근처 사원에서 만난 20대 남성은 시민들이 대놓고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승려들이 붙잡혀가고 성소들이 침탈당한 데 분개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존경하는 스님들이 총에 맞아 죽거나 붙잡혀간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군인들이 총을 들고 있는데 어쩌겠냐”며 목소리를 낮췄다. 양곤/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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