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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전즈블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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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으로 헤로인” 청년 노동 착취
에이즈 창궐…“군정 돈줄 막아야”
“젊은이들의 피를 먹고 붉게 물든 보석.” 전세계 루비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얀마산 루비에 대한 비난이다. 군정이 외부에 절대 공개하지 않는 미얀마 보석광산의 작업여건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정부기구인 ‘버마 아세안 대안 네트워크’의 활동가 데비 스토타르트는 “하루 일이 끝나면 대가로 헤로인을 준다”며 “청운의 꿈을 안고 보석광산을 향한 젊은이들이 죽어서 돌아온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성매매가 성행하는데다, 헤로인 투여 때 쓴 주사바늘을 함께 사용해 광산지역 에이즈 발병률이 높다는 보고도 있다.루비를 비롯한 보석은 천연자원이 풍부한 미얀마에서 또 한가지 주목할 만한 자원이다. 북서부 산악지대 모곡의 ‘루비계곡’은 세계 최고의 루비로 불리는 ‘피전즈블러드’(사진·비둘기 피)로 유명하다. 최고급 루비는 다이아몬드보다도 비싸다. 지난해 크리스티경매에서 거래된 8.62캐럿(약1.7g)짜리 미얀마산 루비는 370만달러(약 34억원)에 팔려 최고가를 기록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미얀마 보석의 공식 거래는 군정이 맡고 있다. 미얀마 군정은 1964년부터 시작된 보석 거래에서 7억5천만달러 가량의 수입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망명 미얀마인 단체들은 보석상들에게 군정의 보석 매매를 거부해달라고 요청해왔다. 강제노역을 아랑곳하지 않는 군정의 ‘돈줄’이 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얀마에 경제제재를 실시하는 미국·유럽 등도 미얀마산 보석 수입의 통로는 열어놨다. 미얀마산 원석은 거부하되, 다른 나라에서 가공된 보석의 수입은 허용한다.
지난해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 개봉 뒤, 다이아몬드 구입 때 원산지를 묻는 사람들이 늘었다. 분쟁지역의 다이아몬드 생산이 민간인 학살과 아동학대 등을 동반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시민·승려들의 민주화 시위를 유혈 진압한 미얀마 군정의 ‘블러드 루비’에 앞으로 국제사회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미얀마산 보석 대부분이 공식·비공식적으로 거래되는 타이의 폰차이 추엔촘라다 보석상협회 회장은 “보석상들이 현지 상황에 불만을 갖고 있긴 하지만, 아직 루비 구매 손길을 끊어버릴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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