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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3일, 대법원이 군·경에 봉쇄된 가운데 경찰관들이 샤우카트 아지즈 총리 공관 앞을 지키고 있다. 이슬라마바드/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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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비상사태 선포’ 벼랑에 선 파키스탄
무샤라프 대통령 ‘대선 위헌판결’ 우려 극한 승부수
군·경 대법원 포위속 독재비판 대법원장 해임의사당 앞 수백명 시위대 무장경찰과 대치 이슬람주의 세력의 무장투쟁과 독재에 대한 반발로 정국이 요동치는 파키스탄에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됐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마지막 도박이 지정학적 요충지의 핵보유국인 파키스탄의 운명이나 ‘테러와의 전쟁’에 끼칠 영향이 주목된다. 무샤라프는 3일 기습작전을 벌이듯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반대세력 제압에 들어갔다. 이날 오후 정규방송이 갑자기 중단된 것과 비슷한 시각에 준군사조직이 대법원 건물을 포위해 대법관들한테 현행 헌법 효력을 중단시키고 ‘임시헌법 명령’을 승인할 것을 종용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언론사들도 장악한 군경은 국영을 제외한 방송의 송출을 중단시켰고, 정부 비판이나 이슬람주의 무장세력 동향을 담은 보도를 금지시켰다. 무샤라프는 또 독재를 비난해 온 이프티카르 차우드리 대법원장을 해임하고 자신한테 우호적인 인사를 대법원장에 지명했다. 경찰은 4일까지 야당 지도부 등 500여명을 체포했다. 지난 1일 두바이로 출국했다가 비상사태 선포 소식에 급거 귀국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는 “파키스탄 역사상 가장 어두운 날”이라고 말하고, “독재가 위기의 해법은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초헌법적 조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4일 의사당 주변에서는 시위대 수백명과 소총을 든 경찰이 대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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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파키스탄 충돌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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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국과의 밀착은 아프간 무장세력 탈레반의 부활과 맞물려 대중의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북서변경주의 10%가 이슬람주의 무장세력 수중에 들어간 상태라고 보도했다. 저명한 변호사인 파루크 아단 칸은 “무샤라프-부시 축에 대한 분노”가 이슬람주의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북서변경주에서는 정부군은 물론 여학교에 대한 폭탄공격이 이어지는 등 아프간 탈레반을 연상시키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무샤라프의 축출 가능성은, 파키스탄이 이슬람권의 유일한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근심을 더하고 있다. <시엔엔>(CNN)은 미 국방부가 무샤라프 이후에 대비해 파키스탄 핵무기의 ‘안전성’ 검토에 들어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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