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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06 21:34 수정 : 2008.05.07 00:02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휩쓸고 간 뒤 침수된 미얀마의 최대도시 양곤에서 5일 주민들이 작은 배를 타고 피해 지역을 둘러보고 있다. 양곤/AFP연합

한 도시서 1만명 숨져…‘제2의 쓰나미’

곳곳에 주검 더미…희생자 수 크게 늘어날 듯
인도기상청이 사이클론 접근 경고했으나 무시

“헬리콥터를 타고 피해지역을 돌아보니 주검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의 키민 고문은 6일 사이클론(인도양·벵골만에서 발생하는 열대 저기압) 나르기스가 휩쓸고 지나간 미얀마(버마) 남부의 처참한 모습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마실 물도, 먹을 것도, 지붕도 없는 절망적인 상태”라고 말했다. 최대도시 양곤에서는 4일째 전기가 끊겼고, 거리에는 생수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사이클론 피해 지역은 식료품 가격이 2~3배씩 뛰어, 피해자들을 더욱 힘겹게 하고 있다.

최근 남아시아 사이클론 피해 사망자
사이클론으로 숨진 희생자는 6일 2만2464명에 이른다고 미얀마 관영 라디오 방송이 보도했다. 전날 1만명에서 하룻만에 1만2천여명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이라와디 삼각주의 보갈라이 한 도시에서만 1만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은 또 현재 4만1054명이 실종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통신 두절로 낙후지역의 피해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희생자 수는 훨씬 더 늘어날 전망이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기구(WFP)는 이번 사태로 최대 100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피해는 2004년 20만명 이상이 숨진 동남아 지진해일(쓰나미) 피해와 견줄 수 있을 정도다. 피해가 집중된 미얀마 남부는 과거 늪이었던 지역을 영국 식민지 시절 쌀 재배용 논으로 바꿔 경작해온 비옥한 곡창지대다. 사람이 거의 살지 않던 이곳은 20세기 초반부터 아시아 최대 곡창지대로 바뀌었다. 하지만 주변에 운하가 많고 인도양을 정면으로 접해 사이클론에 대한 자연 방어물이 없는 탓에 피해가 컸다.

특히 미얀마 정부가 사이클론 접근 경고를 받고도 대처에 나서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도 기상청 비 피 야다프 대변인은 <아에프페>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사이클론 나르기스 도착 48시간 전 미얀마 당국에 나르기스의 착륙 지점과 심각성 등 관련 내용 일체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시간, 미얀마 정부는 피해를 사전에 경고하기는커녕, 사태 발생 이후에도 즉각 대처에 나서지 않았다.

피해가 심각해지자, 그동안 국제사회의 지원을 거부했던 미얀마 군사정부도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구호품 전달 등 국제기구의 긴급지원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뜩이나 열악한 사회기반시설 대부분이 파괴되고, 상당수 지역이 침수돼, 일부 지역은 작은 배나 헬리콥터로만 접근이 가능한 실정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방콕사무소 리처드 호시 대변인은 “광범위한 지역이 침수돼 구호품 전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깨끗한 물과 식량이 부족해, 질병이 퍼질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양에서 발생하는 사이클론은 그동안 방글라데시와 인도에 주로 피해를 줬지만, 이번에는 미얀마를 덮쳤다. <에이피>(AP) 통신은 피해 면적은 3만㎢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미얀마 전체 국토의 5%에 불과하지만, 문제는 미얀마 전체 인구(5700만명) 중 4분의 1 가량이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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