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정책과정에 국민 배제하는 관행 재연"
중앙아시아 투르크메니스탄의 개헌작업에 국민 참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현행 헌법은 투르크멘이 옛 소련에서 독립한 다음해인 1992년 당시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 대통령의 집권 시절 제정된 후 2002년 개정된 것으로, 입법 기능이 이원화돼 있다. 즉 입법권을 가진 국회(마즐리스)와 국회 위에 군림하며 중요 입법활동과 대통령 정책들을 '거수기'처럼 승인하고 국회 해산권도 가진 인민위원회(할크 마슬라하티)가 있다. 인민위원회는 기관이 아니라 '회의'에 가까운 형태로, 2천500명에 달하는 전 위원들은 매년 두차례 수도 아슈하바트에서 회의를 열어 왔으며, 니야조프 시절 그의 집권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해왔다. 집권 22년째이던 2006년 12월 사망한 니야조프의 뒤를 이어 작년 2월 취임한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전임자의 고립.폐쇄 정책에서 벗어나 개방정책을 구사하면서 자국의 풍부한 자원개발을 위해 외자유치에 힘쓰고 있다. 베르디무하메도프는 자국을 '정상' 국가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개헌 필요성을 거론했고, 한달전엔 개헌위원회가 구성됐다. 그는 지난 22일 국회에 출석, "인민위원회는 국회의 효과적 입법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아 더 이상 필요치 않다"며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의회라는 단일 입법기관만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인민위원회 권한을 국회로 환원시켜 국회가 국정감시와 입법활동을 하는 명실상부한 입법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개헌방향을 제시했다.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오는 7월까지 개헌안을 마련해 9월 인민위원회 승인을 거치도록 할 예정이다. 인민위원회는 니야조프 시절 굳어진 '순종적' 행태에 비춰 오는 9월 자신의 지위를 낮추는 개헌안에도 기꺼이 동의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문제는 개헌작업에 국민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 물론 국회측은 많은 국민으로부터 개헌에 관한 의견을 담은 편지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크자 누르베르디예바 국회의장은 지난 22일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 "수백통의 편지를 시민과 단체들로부터 받았다"면서 "편지에 담긴 한 제안대로 대통령 임기를 현재의 5년에서 7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깜짝' 제안을 했다. 국회의장의 이러한 제안은 일반 국민이 전혀 예측치 못한 것이지만, 투르크멘 정치행태로 봐 이번 개헌을 통해 대통령 임기가 연장될 것이 확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투르크멘 서부지역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25일 런던 소재 비정부 기구인 '전쟁과 평화 보도 연구소'(IWPR)와의 인터뷰에서 "개헌작업이 밀실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구체적인 개헌 대상조항들이 언론매체나 직장 또는 공동체 회의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아 헌법의 '민주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꼬집었다. 투르크멘 언론인도 익명을 요구하며 "정책 결정과정에서 국민을 배제해온 오랜 관행이 이번 개헌과정에서도 재연되고 있다"면서 "이런 관행 탓에 국민은 자신의 의견이나 제안을 소신있게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마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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