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5.05 19:05
수정 : 2009.05.06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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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정국 불안과 주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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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참모총장 해임 놓고 갈등…총리 사퇴
새 연정 움직임…정부 찬·반 충돌 우려
지난해 240년 왕정체제를 종식시키고 공화제 국가로 새출발했던 네팔의 민주주의가 1년 만에 연정이 무너지면서 비틀거리고 있다.
마오주의 공산반군 지도자 출신인 프라찬다(본명 푸슈파 카말 다할) 총리가 람 바란 야다브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끝에 4일 전격 사임하면서 정국이 혼란 속으로 빨려들었다. 네팔은 지난해 총선에서 승리한 집권당인 마오주의 네팔공산당(M) 소속 총리가 정부를 이끌고 있지만, 의회가 제1야당(네팔국민회의당, NC) 소속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해 여야가 공존하는 독특한 정부 구조를 갖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제헌의회 총선에서 승리한 프라찬다 총리가 2만명에 이르는 공산반군 대원들을 정부군에 편입시켜줄 것을 육군에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루크만구드 카타왈 육군 참모총장이 이를 거부하자 프라찬다 총리가 지난 3일 카타왈 장군을 전격 해임했으나, 야다브 대통령은 참모총장 해임권은 대통령의 권한이라며 참모총장직 유지를 명령한 것이다. 프라찬다 총리는 결국 4일 사임 의사를 밝혔으며, 5일 수도 카트만두에서는 친정부와 반정부 시위대 수천명이 동시에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제3당인 마르크스-레닌주의자 연대 네팔공산당(UML)은 지금의 연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뒤 22개 군소정당과 함께 새로운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제2당인 네팔 국민회의당도 새 연정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마르크스-레닌주의자 연대 네팔공산당은 프라찬다 총리의 마오주의 공산당도 새 정부에 참여하기를 바란다며 사태 수습과 정국 정상화를 제안했다.
프라찬다 총리의 사임 결정에는 네팔공산당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압승한 네팔공산당 정부는 국민의 기대 속에 출범했다. 반군 출신인 네팔공산당은 제3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 왕정 철폐, 토지개혁, 군 개혁 등 개혁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전통적인 구정치세력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여기에 하루 16시간 이상 정전, 인플레이션 등에 시달리면서 공산당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더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네팔 국민들은 (총선 이후) 빈곤에서 벗어날 것이란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국민들은 곧 권력남용, 고물가, 연료부족 등과 싸워야 했다”고 표현했다.
네팔공산당과 정부는 이번 사태를 ‘헌법적 쿠데타’로 규정하고 참모총장 해임이 관철되지 않으면 새 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이 경우, 공산반군이 다시 무장투쟁에 나서며 내전이 재발하거나 군부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야다브 대통령은 새 정부 구성 시한을 오는 9일로 제시해, 안개 속에 쌓인 정국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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