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1.24 20:45
수정 : 2011.11.2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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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에스케이에스(SKS)의 회장 비크람 아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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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S 아쿨라 회장 사임…‘살인’금리·적자 책임
가난한 사람들에게 소액의 돈을 담보없이 빌려줘 ‘가난의 악순환’ 탈출을 돕는 소액대출(마이크로렌딩). 이런 소액대출의 상업화를 이끈 ‘스타’였던 인도 에스케이에스(SKS)의 회장 비크람 아쿨라(사진)가 결국 회사를 사임했다. 소액대출이 ‘장사’로 변할 경우 어떻게 몰락하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23일 에스케이에스의 비크람 아쿨라가 회장직에서 물러났으며 이 회사의 이사인 라비쿠마르가 자리를 이어받았다고 보도했다. 회사와 본인 모두 사임의 이유는 밝히지 않고 있으나, 최근 들끓는 비난과 엄청난 적자에 책임을 지고 쫓겨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도계로 미국 뉴욕에서 자란 아쿨라는 인도로 돌아와 1997년 안드라프라데시주에서 비영리단체인 에스케이에스를 설립했다. 이 단체는 주로 가난한 여성들에게 100달러 미만의 돈을 빌려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했다. 그러다 2005년 이 회사가 영리회사로 변하고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부터 사정은 급변했다. 인도의 만연한 가난은 소액대출 업체들에게 높은 수익을 약속하는 듯 보였고,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 등 외국인 투자자의 돈이 몰리기 시작했다. 비크람은 소액대출 사업의 기린아로 불리며 전세계의 시선을 모았고, 세계경제포럼 등 주요 국제행사에 자주 얼굴을 비치는 스타가 됐다.
하지만 회사는 그사이 속부터 썩어가고 있었다. 대출이율은 연 30~65%로 치솟아 대출자를 더욱더 가난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었고, 대출금 회수를 위해 폭력적인 방법을 자주 동원하다 지난해 몇명의 대출자가 자살하기까지 했다. 성난 안드라프라데시주 정부는 대출 이율을 확 낮추고 대출금 회수를 제약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현재 에스케이에스의 대출자 640만명 중 90%는 지난해 말부터 이자와 원금을 다 갚지 않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 탓에 회사의 실적은 3분기에 39억루피(86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 최고 1151루피에 이르렀던 에스케이에스의 주가는 23일 현재 10분의 1토막인 116루피로 추락했다. 이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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