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31 18:33
수정 : 2005.08.31 18:33
‘331명 희생’ 러시아 베슬란 인질참사 1년
대형폭발·체첸반군 숫자 등 ‘발표·증언’ 엇갈려
‘어머니회’서 진상규명 주도…푸틴 면담키로
“진실을 말해달라!”
개학을 맞아 들떠있던 어린이와 학무모 등 1200여명이 체첸 분리주의 반군들에게 인질로 붙잡혔다가 어린이 186명 등 331명이 숨지고 700여명이 다친 ‘베슬란 인질사건’이 1일로 1주년을 맞는다.
러시아 남서쪽 끝 북오셰티아 공화국의 작은 도시 베슬란의 희생자 유족들은 어설픈 진압작전으로 엄청난 희생자를 내고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정부 관리들의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가디언> 등은 유족들이 특히 수많은 인명피해로 이어진 마지막 순간의 폭발에 대한 정부쪽의 설명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2004년 9월1일 학교에 진입한 인질범들은 러시아군의 체첸 철수와 동료 반군 석방을 요구하며 정부군과 대치했고 사흘째 되는 3일 폭발음과 함께 정부군이 투입되고 학교 체육관 천장이 무너지면서 인질들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 검찰은 처음에는 인질범들이 가지고 있던 폭발물이 떨어져 폭발이 일어났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테러범들이 기폭장치를 터뜨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붙잡힌 인질범 누르파시 쿨라예프(24)는 지난 5월 시작된 재판에서 발에 도화선을 묶고 있던 인질범 한 명이 정부군 저격수가 쏜 총에 쓰러지면서 폭발이 일어났다고 증언했다.
인질범은 32명이고 이중 31명은 사살됐다는 당국의 발표에 대해서도 생존자들은 인질범이 40여명이었다고 기억한다. 잘못된 진압작전으로 피해를 키웠을 뿐 아니라 인질범들을 도망치도록 했다는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지면 러시아 정부에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이 사건으로 아이를 잃은 어머니 186명은 ‘베슬란어머니회’를 조직해 현장에서 증거를 모으고 증언을 들으며 진실규명 작업을 주도해 왔다. 이들의 압력이 높아지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일 크렘린에서 이들을 만나기로 했다.
이러한 진실 게임 뒤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의 정신적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고 <비비시>는 보도했다. 살아남은 아이들 중 한명인 라이마(9)는 하루 종일 복면을 한 인질범을 그린 뒤 그것을 불에 태운다. “죽은 친구들을 위해 복수를 하는 것”이다. 고아가 된 아이들에게 정부 보상금과 함께 전세계에서 구호품들이 쏟아지면서 이들을 맡아 기르게 된 친척들 사이에 법정소송까지 벌어지는 등 씁쓸한 풍경이 베슬란을 짓누르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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