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동굴서도 벽화 발견
현존 최고 엘카스티요 벽화와 유사
“예술의 기초 아프리카서 생겨
인류 이동과 함께 퍼진 증거
유럽 중심적 사고 벗어날 발견”
“예술과 추상적 사유의 역사 뿐 아니라 유럽 중심적 사고가 바뀔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3만9900년 전의 벽화가 발견됐다는 논문이 8일 <네이처>에 실리면서 예술의 역사가 다시 쓰이게 됐다. 벽화는 예술과 추상적 사유의 징표로 여겨지는데, 수만년 전 벽화는 스페인 북부와 프랑스 남부 등 주로 유럽에서 발견됐다. 그래서 예술과 추상적 사유의 창조적 폭발이 유럽에서 일어났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번 논문으로 이런 주장도 의심을 받게 됐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인도네시아 연구팀은 인도네시아 동남부 술라웨시 섬의 마로스 동굴에서 벽화를 발견했다. 벽화는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의 세밀한 동물 그림(1만3000년~3만5000년 추정)과 달리, 바위에 손바닥을 대고 붉은 색 물감을 살포하듯 뿌려 손 모양을 스텐실처럼 찍어낸 것이다. 여러 개의 손바닥을 찍어낸 모습이 생생하다. 영국 <비비시> 방송은 연구진이 벽화 주변에 생긴 종유석 형태의 물질을 연대측정한 결과 거의 4만년 된 것으로 추정했다고 전했다.
손바닥 모양을 찍듯 벽에 새긴 그림은 스페인 북부의 엘 카스티요 동굴에서도 발견된다. <비비시>는 “술라웨시와 카스티요 동굴 벽화가 너무 흡사하다. 카스티요의 손바닥 벽화는 3만7300년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현재 가장 오래된 그림으로는 카스티요 동굴의 벽화 가운데 붉은 원반 그림이 꼽히며, 4만8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의 크리스 스트링어 교수는 “이번 발견은 정말 중요하다. 인간의 창조적 능력의 폭발이 유럽 지역에서만 특별하게 일어났고, 다른 지역에서는 훨씬 뒤에 있었다는 기존의 유럽 중심적 사고로부터 벗어나게 해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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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마로스 동굴에서 손바닥 벽화와 함께 발견된 돼지 벽화. 술라웨시/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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