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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미르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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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분쟁·분리운동 피 젖은 히말라야 버스 왕래·인도정부 지원 ‘평화의 싹’
카슈미르는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위치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지만, 지난 세월 숱한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8일 지진이 일어났을 때 노인들은 그들의 부모에게서 들었던, 120년 전 3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진(규모 7.0) 이야기를 떠올렸다. 인도령 카슈미르인 스리나가르에 살고 있는 하지라 베굼(95)은 “8일 땅이 흔들리자 전에 어머니가 종종 말씀하시던 지진(1885년 5월30일) 얘기가 떠올랐다”며 “어머니는 당시 세상의 종말이 온 줄 알았다고 말씀하셨다”고 <에이피(AP)통신>에 전했다. 통신은 당시 기록에는 ‘큰 소음과 함께 땅이 쩍 갈라지고, 틈 사이로 유황 냄새가 나는 물과 모래가 뿜어져 올라왔다’고 적혀 있다고 9일 보도했다. 전쟁은 지진보다 더 큰 피해를 냈다. 카슈미르 지역은 인도 북부, 파키스탄 북동부, 중국 서부와 맞닿아 있어 영토분쟁이 끊이지 않아왔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1959, 62년 두 차례나 전쟁을 치르기도 했다. 이는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당시 이곳을 통치하던 마하라자왕이 주민 대부분이 이슬람교도인데도, 힌두교가 주류인 인도 편입을 결정해 빚어진 비극이다. 카슈미르는 1971~72년 방글라데시가 파키스탄에서 분리되면서 벌어진 벵갈전쟁의 주요 전쟁터이기도 했다. 1989년부터는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에서 이슬람 세력의 분리독립 운동이 일어나, 이를 저지하려는 인도군과의 충돌로 지금까지 카슈미르인 7만여명이 숨졌다. 하지만 이 지역에도 서서히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1999년 두 나라 정상은 라호르선언에서 지역 평화와 카슈미르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실질적인 성과로 지난 4월7일 인도령인 스리나가르와 파키스탄령인 무자파라바드를 잇는 버스 노선이 개통됐다. 이어 4월17일에는 두 나라 정상이 양쪽간 크리켓경기 관람을 계기로 만나 회담을 여는 등 화해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높다. 8일 지진이 카슈미르를 또 한번 뒤흔든 뒤, 인도 정부는 파키스탄 피해지역 복구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재앙이 카슈미르에 평화가 정착되는 계기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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