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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4 15:38 수정 : 2005.10.14 15:38

뉴질랜드의 한 시골지역에서 과중한 업무에 지친 의사가 진찰을 12시간이나 늦추고 진찰을 제대로 하지 않는 바람에 15세 소년이 고환이 '죽어' 제거 수술을 받는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났다.

뉴질랜드의 보건 장애 위원회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2년 전에 그 같은 일이 발생했다며 3일 동안 60시간이나 일을 해 지쳐있기는 했지만 의사가 진찰을 지연시킨 것은 의료 소비자 권리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회는 또 시골 지역의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들이 과중한 업무를 하도록 방치한 지역 보건 당국도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된 소년은 지난 2003년 5월 5일 자정 무렵 고환이 누구에겐가 발길질을 당한 것처럼 아파오자 어머니에게 말해 앰뷸런스를 불러 병원으로 달려갔다.

소년을 병원으로 옮겼던 앰뷸런스의 응급구조요원은 소년의 고환이 매우 부어 있는 것으로 보아 고환이 꼬여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 같은 증상은 통상 8시간 안에 수술을 하지 않으면 혈액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결국 고환이 '죽어 버리게' 된다.

앰뷸런스에 실려 온 소년을 보고 병원에 있던 간호사가 당직 의사에게 알렸으나 잠에 취해 있던 의사는 의사 부족으로 지난 사흘 동안 60시간 이상 일을 해 너무 지쳐 있기 때문에 나갈 수가 없다며 소년에게 진통제를 주고 기다리게 하면 아침에 진찰을 하겠다고 말했다.

간호사는 조사 위원회에 대부분의 당직 의사들이 한 밤 중에 환자 보는 것을 꺼려하지만 그날 밤 당직 의사는 그래도 상당히 양심적인 편이라며 그에게 환자의 상태를 대충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잠에 취해 있던 의사는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이 없다고 밝혔다.


피로에 지친 의사는 이튿날 아침 7시에 소년을 보고도 즉각 진찰을 하지 않은 채 다른 일로 시간을 끌다가 소년이 계속 통증을 호소하자 그제야 소년을 진찰대 위에 눕혔다.

통증을 호소하는 소년의 고환은 몹시 부어 있었고 이에 놀란 의사는 소년의 어머니에게 시내에 있는 큰 병원으로 데리고 갈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소년의 상태가 얼마나 위급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역시 아무 얘기도 해주지 않았다.

어머니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소년이 시내의 큰 병원에 도착한 것은 그날 오후 5시, 소년의 고환은 이미 죽어 있었고 7시에 제거수술을 받았다.

보건 장애 위원회의 론 피터슨 위원장은 의사가 진찰을 지연시키고 환자를 정밀하게 진찰하지 않은 것은 환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즉각적인 시정조치를 명령했다.

자신의 과로 때문에 결국 소년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주게 된 당직 의사는 소년의 가족들에게 사과 편지를 보내 "그 날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하는 데 하는 생각으로 하루도 편한 날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며 진심으로 용서를 빌었다고 뉴질랜드 헤럴드가 전했다.

고한성 통신원 koh@yna.co.kr (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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