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은 남섬 오타고 중부지역 카로도나 밸리에 있는 이 '브라 펜스'가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제기되자 관할 퀸즈타운 레이크 지역 행정당국이 법적 대응을 모색하면서 시작됐다고 뉴질랜드 헤럴드가 23일 전했다.
지역 행정당국은 일부 주민들이 브래지어가 내걸린 펜스에 대한 불만신고를 해왔을 뿐 아니라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한다는 의견들이 많다며 스스로 철거할 것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펜스 주인인 존 리는 자신의 펜스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많은 관광객들이 잠시 들렀다 가는 장소가 됐다며 철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해외 언론에도 자주 소개되고 있다면서 "이미 우리 고장을 알리는 하나의 상징적인 장소로 자리잡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민들 대다수가 이 펜스의 유지를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그들이 반대하지 않는 한 결코 스스로 철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브라 펜스가 탄생한 것은 1999년으로 실로 우연한 일이었다. 그해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 아침 사이에 누군가가 4개의 브래지어를 펜스에 걸어두었던 것이다.
주인이 치우지 않고 그냥 놔두자 기다란 철망 펜스에 내걸리는 브래지어 수는 날로 늘어났고 지금은 800개가 넘는다. 어떤 것에는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까지 적혀 있다. 이 앞을 지나는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다.
이처럼 유명해진 브라 펜스를 놓고 행정당국과 주인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뉴질랜드 야당인 국민당까지 싸움에 끼어들었다.
국민당의 존 카터 지방행정 문제 담당 대변인은 행정당국의 허가를 받아야한다는 주장은 바보같은 소리라고 주인 편을 들며 "관할 행정 당국은 그런 의견이나 반대자들을 무시하고 가만히 있으면 된다"고 충고하고 "어떤 바보가 그런 문제를 환경 법정에 들고 나오는지 두고 보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처럼 조그맣고 기발한 발상들이 뉴질랜드다운 것"이라며 브라 펜스에 대한 지지입장을 거듭 밝혔다.
고한성 통신원 koh@yna.co.kr (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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