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05 18:49
수정 : 2005.12.06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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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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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임기 늘려 중앙아시아 최장기 집권
경제성과 지지속 강권통치·부패 그늘도
카스피해의 막대한 원유 위에서 순항 중인 경제를 기반으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65)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4일 대선에서 압승해 세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카자흐 중앙선관위는 5일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91%를 득표했으며, 2위를 차지한 자르마칸 투야크바이(58) 전 국회의장은 6.64%를 얻는 데 그쳤다는 잠정 결과를 발표했다고 <에이피통신>이 전했다. 투표율은 77%로 집계됐다. 야당은 “부정 선거”라고 항의했고, 유럽계 선거감시기구는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선거였다고 밝혔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철강노동자 출신으로 경제학 박사 학위를 갖고 있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옛소련 시절인 89년 카자흐 공산당 제1서기에 오른 뒤 16년 동안 카자흐를 통치해 왔다. 이번 승리로 7년 더 임기를 늘려 중앙아시아 최장수 통치자로 기록되게 됐다.
그의 가장 큰 힘은 경제 성장이다. 옛소련 붕괴 이후 극심한 침체에 빠졌던 경제는 최근 연평균 9%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1인당 국민소득도 3440달러로 올랐다. 세계적 원유 보고로 떠오른 카스피해 주변의 유전들에 서방과 중국 기업들의 투자가 몰리면서 경제붐이 일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등이 앞다퉈 카스피해 유전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유럽과 중국으로 향하는 송유관들도 잇따라 건설 중이다.
선거 결과가 발표된 5일, 그는 “앞으로 7년간 우리 경제는 두 배로 커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상당수 국민들은 나자르바예프가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펼치면서 투자를 끌어들였고, 강한 리더십으로 100여개 민족이 어울려 살아가는 국가를 내전이나 분규 없이 이끌었다며 지지를 보낸다.
정치적 성적표는 화려하지 않다. 야당에 대한 철저한 탄압과 언론 통제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초에도 정부 전복을 기도했다는 혐의로 야당인 ‘민주선택당’이 해산됐다. 대통령과 일족이 외국기업에 유전 개발권을 내주면서 거액의 뇌물을 챙기는 등 부를 독점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국영 언론사와 친정부 야당을 이끄는 대통령의 큰딸 다리가가 권력을 물려받으려 한다는 의혹도 계속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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