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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26 16:15 수정 : 2005.12.26 16:23

딸을 안은 한 태국 여성이 쓰나미(지진해일) 발생 1주년인 26일 태국 남부 팡아주 반남켐 마을에서 거행된 1주년 기념식에 조화를 들고 참가한 모습(AP=연합뉴스).


태국 팡아주의 카오락은 `천혜의 휴양지'로 꼽힌다. 앞으로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비취색 바다가 펼쳐지고 뒤로는 울창하게 우거진 삼림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그림같던' 카오락은 1년전 오늘 `지옥도'로 변했다. 날씨는 새털구름 몇점만 둥둥 떠다니고 바람도 없는 잔잔한 바다위에는 유람선과 어선이 군데군데 평화롭게 떠 있었다.

아침 10시께나 됐을까. 카오락 휴양지의 리조트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느긋하게 쉬고 있던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순간에 밀어닥친 집채만한 파도에 휩쓸렸다. 인간에 의해 끝없이 훼손당하고 농락당해온 `자연의 분노'에 다름아니었다.

당시 카오락 휴양지에 한국인 신혼여행객들을 투숙시킨 한국 여행사의 이모 사장은 "오전 10시 조금 넘은 시간이어서 투숙객들이 대부분 늦은 아침식사를 한 후 리조트안의 수영장에서 일광욕을 하거나 해변을 거닐던 평화로운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오히려 날씨가 궂었다면 투숙객들이 건물안에 머물렀을 것이고 그랬다면 인명피해가 훨씬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쓰나미 참사현장 찾은 한국 유가족들 태국 팡아주 카오락에서 쓰나미로 목숨을 잃은 한국인 신혼여행객 2쌍의 유가족들이 2006년12월26일 오후 자녀들이 투숙했던 리조트의 참사 현장에서 추모재를 올리고 있다. (팡아=연합뉴스)

푸껫에서 연륙교를 건너 팡아주로 들어서 카오락으로 가는 길에는 태국 정부가 각별히 신경을 써 준비해온 `쓰나미 1주년' 추모행사 안내 표지판이 곳곳에 서 있었다. 카오락에 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람루' 국립공원의 모습은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쓰나미의 아픈 상처를 거의 치유한 듯 했다. 파도는 잔잔했고 숲은 푸르렀다.

그러나 반텅 비치나 방니양 비치 등 쓰나미의 직격탄을 맞아 `야자수를 빼고는 제자리에 서 있는 게 하나도 없을 정도'로 초토화된 해변가의 모습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조금은 스산하고 외로운 듯 했다.

한국 모 여행사의 안내원으로 푸껫과 카오락 등지에서 수년째 근무했다는 박상순(30)씨는 "지금 저기 보이는 비치에서 외국인들이 수영하는 모습을 보니 당시의 끔직한 모습이 떠오른다"며 "아직도 실감이 안나고 가슴이 떨린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카오락의 바다는 푸껫과는 또다른 독특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며 관관갱들이 다시 앞다퉈 찾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다.

쓰나미 발생 전 울퉁불퉁했던 비포장 도로는 `쓰나미 덕분'에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깨끗이 포장되고 쓰나미 당시 기초공사중이서 골격이 그대로 남은 건물들은 이제 번듯한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쓰나미의 잔해가 여전히 여기저기 널려 있어 당시의 참담함을 되새기게 해준다. 방니양 비치에서 타쿠아파로 이어지는 도로변의 쓰나미 피해 지역 역시 아직도 복구공사가 끝나지 않아 어수선하다.


관광회사의 봉고차 운전기사 `옌'(25)은 카오락 휴양지가 완전 복구되려면 아직 멀었다며 정부가 복구를 지원하고는 있지만 "크게 미흡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카오락에서는 특히 가난한 주민들이 많이 희생당해 이들 유가족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쓰나미 때 어땠느냐고 묻자 "쓰나미가 닥쳤다는 소리를 듣고 앞도 안보고 도망쳤다"며 "다음날 다시 돌아와봤더니 쑥대밭이 돼 있더라"고 회상했다.

방니양 비치로 들어가는 길 건너편 산자락에는 쓰나미로 바다에서 밀려온 경찰 순찰함이 그대로 보관돼 있어 당시의 상황이 어땠는지를 짐작케 한다. 태국 정부는 이 경찰 함정을 `쓰나미 기념관'으로 단장해 쓰나미의 교훈을 잊지 않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태국 정부는 이 함정의 상징성을 고려해 이 함정이 서 있는 곳에서 26일 오전 `쓰나미 1주년' 추모행사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내외국인 희생자 유가족과 각국 대표 등 500여명이 운집했다. 조성부 특파원 sungboo@yna.co.kr (팡아<태국>=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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