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30 18:54
수정 : 2005.12.30 18:56
‘신경보’ 편집국장 직위해제 항의… “비판보도에 압력”
최근 ‘중국청년보’ 검열 등 당국 언론 통제 강화
중국 사회의 실상을 비판적으로 보도해 온 신문사 편집국장을 중국 당국과 경영진이 직위해제하자 기자들이 집단파업으로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 공산당 집권 체제에서 편집권과 관련한 기자들의 집단파업은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 <신경보> 기자 300여명은 지난 29일 양빈 편집국장이 모회사인 <광명일보> 경영진에 의해 직위해제된 데 항의해 파업에 들어갔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이 30일 보도했다. 신경보의 한 기자는 “기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신문 제작을 거부하고 있다”며 “기자들은 신경보가 허베이성 정저우의 시위 농민 6명이 괴한의 습격으로 숨진 사건 등 당국이 꺼리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보도해 온 데 대한 압력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3년 광명일보와 남방일보의 합작으로 출범한 신경보는 타블로이드 판형의 일간지로, 임금체불 문제로 4명을 살해한 이주노동자 이야기를 다루는 등 중국 사회의 논쟁적인 이슈들을 객관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기자들의 파업이 계속될 경우, 신경보는 폐간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해졌다.
양 국장은 남방일보 계열인 <남방도시보> 편집부국장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남방도시보는 2003년 중국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을 처음으로 보도한 신문이다. 중국 당국은 당시 사스 발생 사실을 폭로한 인민해방군 의사 장옌융(73)의 출국은 물론 사직까지 금지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최근 <중국청년보>에 체제비판적인 글이 실리지 않도록 검열하는 등 언론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청년보는 고위층과 절친한 한 교수의 논문 표절 사건을 다룬 베이징대 허웨이팡 교수의 글을 28일치에 실을 예정이었다. 허 교수는 지난해 9월 당국이 베이징대 사설 토론방 ‘이타후투’를 폐쇄했을 때도 공개 항의서한을 발표한 바 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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