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05 19:02
수정 : 2006.01.05 22:30
인터뷰 / 피스보트 공동대표 요시오카 다츠야씨
‘지구촌 시민을 위한 자유로운 연대와 교류의 마당’을 내걸고 세계를 일주하고 있는 일본 시민단체 피스보트가 최근 51번째 항해를 마쳤다.
피스보트의 출발점은 1980년대 초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파문이었다. 이를 계기로 역사 반성을 토대로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83년 9월 일본의 젊은 평화운동가들이 배를 타고 사이판 등 야만의 역사 현장을 둘러본 것이 시작이었다.
이제 피스보트는 ‘일본 시민단체’에서 ‘일본에 본부를 둔 시민단체’로 발돋움했다. 지난 22년 동안 100여개국 출신 2만5천여명이 피스보트를 탔다. 창립 회원 가운데 유일하게 단체를 지키고 있는 요시오카 다츠야 공동대표를 만나 피스보트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평화 원한다면 인권과 환경, 지속가능한 발전에도 관심을
요시오카 대표는 “올 상반기에는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시민사회 차원의 갈등해소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국제회의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제는 시민사회 차원의 ‘6자 회담’을 만들어 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세계 일주를 하게 된 계기는?
=1985년 베트남과 필리핀을 방문했는데, 당시 냉전이 한창이었지만 이념대결보다 빈곤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느낌이었다. 평화를 원한다면 인권과 환경, 지속 가능한 발전과 빈곤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준비 과정을 거쳐 90년 11월 첫번째 지구 일주에 나섰다. 아시아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기는 했지만,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뿌리가 대부분 국제적인 사안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 사이 단체의 성격도 바뀐 것 같다.
=관심 영역이 넓어지면서 참가자가 다양해졌고, 이른바 ‘세계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가능해졌다. 아프리카의 빈곤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목격하면서 우리 사회를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특히 젊은 참가자들은 3개월 동안 전세계 모든 대륙을 둘러보면서 뭔가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항해가 끝날 때마다 참가자 가운데 일부는 피스보트 상근 활동가나 자원 활동가로 변신하기도 한다.
미국 좇는 일본 정치가 새로운 냉전 만들어
-어떤 이들이 항해에 참가하나?
=처음엔 시민단체 활동가 중심이었지만, 점차 일반 참가자가 늘었다. 지금은 기항지마다 타고 내리는 초청연사를 빼고는 대부분 일반 참가자들이다. 20~30대 젊은층과 은퇴한 뒤 여행에 나선 60~70대 노년층이 많은 편이다. 평화문제에 관심이 있는 이들도 있지만 단순히 세계 일주를 하기 위해 배를 타는 이들도 많은데, 오히려 이런 부류의 참가자가 우리에게는 더 중요하다. 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3개월여를 함께 지내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나 헌법 9조 개정 문제 등에 대해 함께 토론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게 된다.
주변국 시민사회 연대 절실…한국이 건설 촉진자 돼달라
-자위대 국외파병, 헌법 개정 움직임 등 최근 일본의 보수·우경화에 대한 우려가 큰데?
=일본의 정치는 미국을 따라가면서 동북아에서 새로운 냉전을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 시민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른바 ‘새로운 역사 교과서’ 문제와 헌법 9조 개정 문제, 이라크 전쟁 반대 등 다양한 현안을 두고 주변국 시민사회가 연대에 나서야 한다. 동북아에서 한국 시민사회가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다. 민주화를 이뤄냈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지 않나. 한국 시민사회가 동북아 시민사회 건설의 촉진자가 돼주길 기대한다.
도쿄/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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