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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 ‘좌파’ 인터넷 3곳 폐쇄 |
다음달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최고 입법기관) 10기 4차 전체회의 개막을 앞두고 중국 당국이 ‘좌파’ 인터넷 사이트 3곳을 폐쇄하는 등 ‘여론 단속’에 나서고 있다고 홍콩 <명보>가 22일 전했다.
베이징시 신문판공실(공보실) 인터넷선전관리처는 21일 실업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을 대변해온 인터넷 매체 ‘중국공인(노동자)망’(www.zggr.org)과 ‘공농병(노동자·농민·병사) BBS’(www.gcdr.com.cn/bbs), 그리고 마오쩌둥사상을 선전해온 ‘공산당인망’(www.gcdr.com.cn) 등 세 ‘좌파’ 사이트에 대해 22일 오전 9시까지 스스로 폐쇄하라는 통지를 보냈다.
당국은 이 세 인터넷 사이트가 2년 전 신식(정보)산업부의 인가를 받았으나, 지난 해 9월 국가가 공포한 ‘인터넷 관리 규정’의 요건에 맞지 않아 폐쇄 통지를 내렸다고 밝혔다. 새로운 ‘인터넷 관리 규정’은 ‘정치 문제를 논하는 인터넷 사이트’의 경우 반드시 당국의 비준을 새로 받아야 하며, 자본금이 1000만위안(약 13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위의 세 사이트는 정치적 성격의 뉴스를 다루면서 당국에 새로 비준을 받지 않았고, 자본금도 1000만위안 미달이기 때문에 ‘불법 사이트’로 간주됐다. 당국은 이 인터넷 사이트들이 자체 폐쇄하지 않을 경우 책임자들을 법에 따라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국공인망’ 등 폐쇄당한 인터넷 매체의 책임자들은 이 사이트들이 모두 “노동자, 농민, 실업자 등 중국사회에서 약자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며 “사이트 운영자들이 모두 무일푼이어서 1000만위안의 자본금을 만들어내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지금은 당국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기회가 닿으면 반드시 노동자·농민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인터넷 매체를 다시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공인망’은 지금까지 당국의 보도 통제 지침에 따르지 않고 △산둥 허쩌 면방공장 노동자들의 파업 △화베이유전 해직 노동자들의 권익 투쟁 등의 소식을 꾸준히 전해왔으며, 이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글을 발표해 ‘신좌파 인터넷 매체’라는 평을 들어왔다. 오늘날 중국에서 여전히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 사상을 신봉하는 이들은 ‘구좌파’, 시장경제 속에서도 사회주의적 가치를 보전해야 한다는 이들은 ‘신좌파’라 불리고 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당국의 이번 ‘좌파’ 사이트에 대한 폐쇄 조처가 “다음달 초에 열리는 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여론 환경’을 정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의 입을 막는 지나친 통제”라고 비판했다. 베이징/<한겨레> 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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