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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26 18:01 수정 : 2006.03.26 18:01

[아시아아시아인] 후진타오 지침 제시 만연한 부패 추방 노력
“타락한 당원이 문제” 시민 반응은 시큰둥


새해 들어 중국공산당 당원들이 ‘공부’해야 할 내용이 한 가지 더 늘었다. ‘사회주의 영욕관’이 바로 그것이다.

‘사회주의 영욕관’이란 지난 4일 후진타오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 주석이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분과회의인 민맹·민진련 연합회의에서 발표한 강연의 내용이다. 그 내용은 “①조국을 뜨겁게 사랑하고 ②인민을 위해 복무하며 ③과학을 숭상하고 ④근면 노동하며 ⑤단결 상부상조하고 ⑥성실하고 미더우며 ⑦법과 규율을 잘 지키고 ⑧굳세게 분투하면 영예롭고, ①조국에 위해를 가하고 ②인민을 배신하며 ③우매 무지하고 ④나태 안일하며 ⑤남을 해쳐 이익을 추구하고 ⑥눈앞의 이익 때문에 대의를 망각하며 ⑦법과 규율을 안 지키고 ⑧사치·음탕·안일하면 치욕스럽다”는 이른바 ‘8가지 영예와 8가지 치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사회주의’라는 모자를 쓰고 있지만, 결국은 애국·애족·과학·근면·단결·상부상조·성실·준법·노력 등 ‘국민교육헌장’ 식의 친숙한 덕목이 영예의 내용을 채우고 있다.

‘8영8치’라 불리는 후 주석판 도덕 강의가 나오자 당과 정부는 일제히 나서서 충성 경쟁을 벌였다. 당 중앙 조직부는 이를 “간부에 대한 인사 평가의 표준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국무원 교육부 부장 저우지는 “각급 학교에 광범위하게 보급해 학생들의 새로운 좌우명으로 삼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각 지방정부와 학교들은 8영8치를 새긴 학습판을 세우느라 분주해졌다. 심지어는 동요로도 만들어져 학교마다 보급되고 있다.

당과 정부는 이처럼 ‘8영8치’에 크게 ‘감읍’한 양 매일 각종 조처를 내놓고 있지만, 정작 서민들은 별로 감동한 것 같지 않다.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공산당원 선진성 교육’을 세 차례나 받은 공산당원들은 “외워야 할 내용이 늘어난” 걸로 느낄 뿐이라고 베이징의 한 공산당원이 전했다.

후 주석이 지금 시점에서 ‘도덕’ 문제를 들고 나온 건, 지난 2년 동안 진행한 ‘당원 선진성’ 교육이 크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성 교육’은 공산당의 집권 정당성 강화를 위한 후 주석의 고심에서 나온 정책이었다. 공산당의 집권 위기를 초래할 핵심 문제는 결국 부패·타락이기 때문에, 후 주석이 ‘도덕’ 강의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후 주석의 ‘도덕 강의’가 공산당의 부패를 막는 데 실효를 낼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정치평론가 류샤오주는 24일 “만약 부시 대통령이 미국 국민에게 무엇이 영예롭고 무엇이 치욕스러운지 강의한다면 얼마나 괴상한 사건으로 비쳤겠느냐”며, 후 주석의 영욕 강의는 “공산당의 심각한 부패 등 중국의 특수성에서 나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후 주석이 ‘치욕’이라고 거론한)법과 당규를 어기면서 남을 해쳐 자기 이익과 사치·음탕·안일을 추구하는 건 일부 부패한 고급당원들의 행태”라며 “서민과 청소년에 이런 영욕관을 강의하는 건 교육 대상을 잘못 선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량징 ‘자유아시아방송’ 논평가는 “중국의 부패는 공산당이 학자·교수·의사·공안 등 중간 엘리트들을 타락시킴으로써 중국 사회에 만연해진 문제”라며 “중국공산당이 정치권력 독점을 포기하지 않는 한 중국 사회의 도덕성 회복은 희망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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